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의 블랙 코미디 인생
트레버 노아 지음, 김준수 옮김 / 부키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태어난게범죄 #트레버노아

 

 

저자 트레버 노아

 

 

“내 첫 번째 팬이었던 엄마에게. 저를 남자로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이 말은 저자인 트레버가 자신의 엄마에게 바치는 감사의 말이다. 이 책은 ‘트레버 노아’ 자신의 에세이지만, 그의 인생에서 엄마인 ‘퍼트리샤 놈부이셀로 노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다.

 

 

 

<배덕법>

 

독일계 스위스인인 아버지와 흑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트레버는 이 악법 때문에 ‘태어난 게 범죄’가 되는 증거였다.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보다 더 나아져야 해." 엄마는 말했다. "하지만 과거를 슬퍼하지는 마라.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해. 고통이 너를 단련하게 만들되,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비통해하지 마라." 그리고 엄마는 그러지 않았다. 어린 시절의 박탈감, 부모로부터의 배신감, 그 무엇에 대해서도 절대 불평하는 법이 없었다.

엄마는 과거를 흘려보냈을 뿐 아니라 반복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어린 시절이 자신의 것과 닮아서는 안 됐다. (104쪽)

 

엄마에게 한 가지 목표가 있다면, 그건 내 마음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항상, 나를 절친처럼 대했다. 내게 늘 이야기를 들려주고 교훈을 줬다.... 엄마는 학교가 하지 않는 걸 했다. 내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107쪽)

 

엄마는 내가 갈 수 있는 곳과 할 수 있는 일에 한계란 없다는 듯 나를 키웠다.... 세상이 내 것이 될 수 있다고 믿게 했고, 내가 나 자신을 변호해야 하고, 내 의사와 결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심어줬다는 뜻이다....엄마는 우리가 자유란 게 존재하는지 모를 때부터 내게 자유로운 삶을 사는 연습을 시킨 것이었다. (114~115쪽)

 

남아공의 억압적이고 차별적인 체제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영혼이었던 트레버의 엄마. 그녀는 개인을 억누르는 사회의 관습을 거부하고 한계를 벗어나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자신의 아이인 트레버에게도 더 나은 삶을 누리도록 가르쳤기에 저자 역시도 힘든 환경 속에서도 괜찮은 사람으로 성공할 수 있었다.

 

 

 

상황이나 환경이 힘들 때면 대부분은 그걸 탓하거나 아니면 거기에 쥐죽은 듯이 순응하며 결국엔 부정적인 환경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트레버의 엄마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인물로 우리나라 서양화가였던 ‘나혜석’이 떠오른다. 자유로웠으나 당시의 사회 관습이나 주변인물들이 그녀의파격적인 사상과 삶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녀는 거기에 꺾였다.

조선시대 ‘허난설헌’ 역시도 남편에게 시댁에 순종하며 살아야 하고 재능을 질투하여 꽃피우게 하지 못했던 사회에 결국엔 영혼이 시들어갔다.

 

그러나 트레버의 엄마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길 선택하며 트레버의 아버지에게 기대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갔던 억척스러운 여성이자 엄마였다.

 

앞서 언급한 그녀들과 퍼트리샤 놈부이셀로 노아의 차이점이라면 나혜석이나 허난설헌은 자신의 아이들을 원하는 대로 키우지 못하고 빼앗기듯 생활했다는 것, 그리고 트레버의 엄마가 굳게 믿고 있는 신앙심이랄까. 이는 종교에 의지하라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자신의 마음 안에서 의지할 수 있는 이가 있었기에- 그것이 트레버의 엄마에게는 한 종교의 신인 예수님이었지만 -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그녀의 기구한 삶이 안쓰러우면서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인 그녀의 삶의 태도에 경탄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인 단단함이 저자인 트레버를 온전하고 괜찮은 한 인간으로 성장시키게 한 것이다. 자신의 아이가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라게 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이 또 있을까.

 

 

"모든 가정이 다 폭력적이지 않다는 걸 나는 알았다. 폭력이란 가치가 없음을 나는 알았다. 폭력은 그 자체로 순환되며, 사람들에게 가해진 폭력이 또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는 걸 알게 됐다.

무엇보다 나는, 인간관계란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유지된다는 걸 알았다." (385쪽)

 

 

한 아이가 자라는 데에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도 가지는 트라우마 중에는 폭력가정에 노출되어 겪는 아픔도 있다.트 레버의 계부 역시 남아공의 사회적 관습에서 나온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였고 술로 인하여 점점 심각한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트레버의 영혼은 파괴되지 않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서문의 감사 인사가 얼마나 간절하고 애틋한지 깨닫게 된다. ‘남자로 만들어줬다’는 말은 영혼이 파괴되지 않은 온전한 인간이라는 의미라는 걸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

 

 

한 개인의 에세이지만 그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 어머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육아를 하는 엄마라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이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환경탓, 사회탓을 하며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인 순응을 하지 않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들이고 또 어머니와 다른 성별의 남자이지만 위대한 한 인간이 또 다른 멋진 인간의 영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남녀노소 누가봐도 감동적이며 배울 점이 많다.

사는 게 힘들다고 지친 생각이 든다면 이 책 <태어난 게 범죄>를 읽어보라. 말도 안되고 어마무시한 상황 속에서도 움츠러들지 않고 시들지 않았던 영혼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힘이 날 것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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