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F코드 이야기 -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하늬 지음 / 심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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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F코드이야기

 



언제부턴가 우울증은 숨겨야 하는 감정같은 게 아니라, 질병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티비나 라디오에서 나오는 공익광고에서 ‘우울증은 병입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하세요.’ 라고 한다. 그러나 주변인들에게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힐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드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병원에서 F코드를 받았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저자는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져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자신의 본명을 밝히고 당당히 나는 우울증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 #이하늬 그녀를 소개한다.

외조부모 밑에서 꿈같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은 동생 셋과 복작거리며 산다. 이들의 존재가 세상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 2013년도부터 기자로 일하고 있다. 선한 사람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다.

 



목차


 

 

 

우울에 불안, 약간의 강박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예상과는 달리 언론사에서 기사를 쓰는 기자이다. 어느날부터 우울증의 증상이 나타나긴 했지만, 무시하다가 어느 순간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견디기 힘들어졌을 때 병원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고, 4년 넘게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일도 그녀의 병도 현재진행형이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는 게 더없이 놀라웠다. 우울증도 이젠 질병이라고 하지만, 직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을 특히나 직장 내에서의 불이익 때문에 그것을 발설하기 힘들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일을 계속 하면서도 정신적인 병으로 아프다는 것을 밝혔다는 건 대단한 용기를 내었다고 본다.



저자 역시도 우울증을 밝힌 후에 생각보다 주변인들이 우울증을 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다들 우울증을 겪게 되면 주변의 도움 없이 정보를 찾아야 하고, 의사나 상담사가 나에게 맞는지 안맞는지에 대해서도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으며, 위로와 도움과 조언의 손길을 내어주고 싶다는저자의 결심과 용기에 박수를 친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과연 아픈 사람이 어떻게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얼마나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나 역시 인식이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우울증을 개인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컸던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테면 우울증에 걸리면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는 것. 우울증에 걸리면 직장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일상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싶었지만, 우울증은 약의 도움을 받아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병이었다. 다만 저자의 말처럼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심장병처럼 당뇨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강점

이 책은 F코드로 진단 내려지는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질환들을 개인과 주변인들이 겪은 사례를 통해 자세히 알려주며 도움을 주려는 목적을 가진다.
의사의 입장이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썼기에 좀더 믿음이 간다. 우울증은 의사의 권위에 기대지면서도 과연 그 고통스런 마음을 얼마나 알아줄까 싶기도 한데, 직접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 본인의 경험담이 담겨 있으므로 신뢰가 가는 것이다.




책에서 병원을 고르는 것이나 의사와 맞는지, 심리상담을 알아보는 것 등 제시되는 팁(Tip 1~ Tip 11)은 홍보가 아니라 친구처럼 내 주변에서 누군가가 사심없이 도와주려고 정보를 알려주는 것같은 다정한 느낌이다.
이 팁은 만약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아가고 싶다거나 상담을 받고 싶은데 정보가 없다면, 또는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힘들다면, 돈과 시간을 버리지 않고 나와 맞지 않은 의사나 상담사를 만나며 상처입거나 헤매지 않을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받을 것이다.
이 사례들을 그대로 따르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저자도 밝힌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누구도 없이 혼자 헤쳐나가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도움을 얻어 시행착오를 덜 겪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저자 본인과 주변인들의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우울증에 대하여 생각보다 주변인들이 많이 겪고 있음을 알수 있다.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상대방이 (듣는 입장에서) 불쾌한 농담으로 넘기려고 하거나, 너무 불편하여 아무말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것보다는 딱히 위로하지 않으려 하는 게 좋다는 생생한 경험에 의한 조언도 나와 있다.
만약 내 주변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다면 나도 경직될 것 같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줍잖은 위로보다 덤덤히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일상처럼 보통처럼 대해주는 게 좋겠구나 싶었다.
저자도 우울증이라는 것을 밝혔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이 생각보다 무덤덤하게 반응해주어 그것이 고마웠고 응원이 되었다고 한다.
사고가 나서 뼈가 골절되었을 때, 그것을 숨길 필요도 없이 나 아프다고 말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상대방의 반응도 호들갑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우울증도 개인적인 감정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 질병이라면 이러하듯이 병을 앓고 있다고 숨길 필요도 없고, 당당하게 밝힐 수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일반적인 병처럼 대하듯 사적인 영역에서도 인식의 변화가 계속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책 속에서

"처음으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잘’ 사는 것은 먼 이야기고 생존을 위해서 나를 알아야 했다.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부터 찾아보았다. 싫어하는 것을 최소화해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싫은 걸 무작정 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좋은지 따져보았다. 잠을 좋아한다고 해서 종일 자는 건 나를 위한 일이 아니다."
(11~12쪽)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나에게 신경써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따뜻하고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왜 이렇게 지지가 중요한 걸까.
주변의 지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경우와 제로인 경우의 차이는 엄청나.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고립감 심해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기가 쉬워져."

(179쪽)


"사랑이라는 감정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존재도 우울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증이 낫는 건 아니다. 허리디스크를 앓는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고 해서 통증이 사라지고 아픈 허리가 싹 낫는 게 아니듯이."
(212쪽)


추천하고 싶은 사람

이 책은 내가 혹시 우울증인가 싶은데 병원에 가길 주저하는 사람이 있다면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저자도 처음에 병원 문턱을 넘어서기까지 얼마나 두렵고 고민이 많았는지 같이 느낄 수 있으므로 동질감을 느끼며 좀더 편하게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리고 우울증과 관련하여 남들에게 말하지는 못하고 병원을 다녔거나 상담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경험과 비교할 수 있고, 자신의 경험이 불만족스러웠다면 이 책의 비슷한 사례들을 통해 조언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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