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의 뒷모습 책 먹는 고래 10
양연주 지음, 김지영 그림 / 고래책빵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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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뒷모습 #양연주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눈물 버튼이 되는 책들이 있다. 보통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다. 특히나 아이들에게 별 것 아닌 걸로 크게 혼내거나 짜증을 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엄마를 사랑한다며 안겨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향해 미안한 마음이 커지고 마음에 켜켜이 쌓이고 있을 때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글썽해진다. 그리고 내 눈물 버튼 책을 한권 더 발견했다.


작가 소개



차례
이 책은 전체 7편으로 단편 동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봄이의 뒷모습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나무
통닭 맛과 치킨 맛
투덜쟁이 괭이의 행복한 뉴스
독수리 오 ‘행제’
행복이 알쏭달쏭
냥이들의 북카페, 이두


각각의 이야기는 ‘엄마와 딸, 삼대, 아버지와 아들, 마당마을 동물들, 다섯 형제, 행복한 가족, 집사와 길고양이’ 라는 구성원들과 그들의 관계를 다루며 그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봄이의 뒷모습 : 가족이 주는 서운함, 그래도 사랑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이 책의 제목이 되는 첫 이야기인 <봄이의 뒷모습>은 엄마인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이 이야기는 엄마가 딸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외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외동딸인 엄마가 집으로 모셔오게 되고, 방을 혼자 쓰던 외동딸 봄이는 그런 상황을 불편해 했다. 지난 겨울 결국 외할아버지가 입원을 하게 되고 엄마는 병원에서 계속 간호에 매달려, 봄이의 생활을 잘 못챙겨주게 된다. 엄마는 봄이의 짜증과 투덜거림에 화를 냈지만, 그게 서운해서 그랬구나하고 뒤늦게 반성을 했다.

그리고 우연히 봄이의 일기장을 보고 엄마아빠가 자신에게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아 속상해하는 걸 알게 되었다. 그 후에 잠깐 시간을 내서 단둘이 집근처 공원을 산책을 했는데 봄이가 정말 좋아했다. 학원 갈 시간이 되어 아쉽지만 집에 돌아오고, 엄마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봄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 병실에 있었다.

엄마는 외할아버지의 발을 씻겨주고 있는 봄이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계절이 바뀌어 봄을 느낄 수 있는 꽃도 옆에 놓여져 있었다. 외할아버지가 손녀를 바라보는 눈빛을 보며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봄이는 뒷정리를 하고 얼른 학원으로 가느라 엄마를 발견하지 못했다.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는 네 따뜻한 마음을, 외할아버지 발을 씻겨드리는 그 고운 손길을, 그 예쁜 뒷모습을 한없이 칭찬하고 싶단다.”
(20쪽)


외동딸인 엄마와 외동딸인 봄이. 봄이와 셋이서만 살던 집에서 상황이 바뀌게 되면서 가족간에 말 못할 서운함이 생기기도 하고, 또 가족이기에 왜 그것을 이해해주지 못할까 하는 속상한 마음들이 자리잡기도 하였다.

그러나 짜증내고 화를 내도 속마음은 그런 게 아니란 걸,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란 걸 보여준 동화이다. 가족이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사실은 가장 마음 깊은 곳에서는 서로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봄이가 이렇게 대견했었구나 싶은 엄마의 마음이, 미안함과 사랑스러움이 편지 속에 담겨 있는 동화이다.



행복이 알쏭달쏭 : 진정한 행복의 의미

<봄이의 뒷모습>만큼 인상깊게 본 동화이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으로 이걸 읽으면서 주인공 민주의 발표를 듣고 민주의 마음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방과 후 수업 때 선생님이 가족 이야기를 쓰라고 했다. 민주는 친구들의 질문에 선생님이 답해준 말대로 쓰기로 했다. 선생님이 기뻐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의 발표.
우리집 가훈은 ‘행복한 우리집’이다. 그것처럼 아빠는 행복해지려고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간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냐고 물어보니, “엄마와 너를 위해서”라고 하셨다.
그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집안일을 하고 유기농 채소로 요리하고 준비하며 고민한다. 엄마에게 왜 열심히 사냐고 물으니 “아빠와 너를 위해서”라고 하셨다.
나는 학원도 다니고 교육방송도 시청하고 시험기간엔 코피가 날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이 우수하여 칭찬을 받는다. 누가 나에게 왜 열심히 공부하냐고 묻는다면 “아빠와 엄마를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 같다.
우리 가족은 티비 시청도 외식 때도 서로가 원하는 것으로 하려고 한다. 우리 가족은 서로를 위해서 살기 때문에 모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끝.

발표를 듣고 친구들은 민주에게 외식 때 뭘 먹고 싶었었는지 물어봤고 민주는잘 모르겠다면서 아마도 짜장면이 먹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네가 먹고 싶어하는 걸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해줬고, 그 말을 들은 민주는 마음이 이상해지고 점점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모든 발표를 다 듣고 선생님은 젤리를 나눠주셨고 민주에게도 골라보라고 하셨다. 민주는 어떻게 해야 선생님이 좋아할까 생각하다가 결국엔 짜장면 색깔과 비슷한 맛있는 초코맛 젤리를 골랐다. 여러 개 먹고 나니 마음이 좀 괜찮아졌다. 직접 골라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민주는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배인 아이다. 이것은 민주의 아빠와 엄마도 가족을 위해 계속 일하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은연중에 민주 역시 그러한 눈치가 배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모두가 서로를 위한 것만 생각하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뭔지 모르는 채로 살고 있다.

양보와 배려라는 미덕 뒤에 감춰진 희생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은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것을 누르고 남에게만 맞춰간다고 해서 모두가 다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첫째니까 동생들에게 양보해라, 이 말은 옛날 시대에 많이 들어온 말이다. 지금은 육아서에 첫째라서 무조건 양보하라고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무조건이란 없다. 내가 원하는 걸 알고 행복해져야 다른 이의 행복도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아이나 어른이나 행복해지는 건 어떤 건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깨달아야 한다는 걸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나무 : 가족은 실처럼 이어진 것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아빠 고향인 여여섬에서 집터만 남은 곳에 있던 감나무를 가지고 왔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감을 얻어먹고 맛있어서 감씨를 심은 게 자라서 된 나무라고 했다.
현우의 아버지는 어려서 동네 형들에게 맞고나서 감나무에 올라가 가지를 꺾으며 화풀이도 했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일종의 가지치기가 된 것이다.
이제 감나무는 목수였던 할아버지의 손에서 다시 손자인 현우의 책상으로 될 것이라고 한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까지 들으니 뭔가 줄이 그어지는 느낌이다. 가느다란 실 같은 줄이 나랑도 이어진 것 같다.
만질만질해진 나무를 쓰다듬어 보았다.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감 씨를 심고, 그 감이 자랐다. 그 할아버지의 아들인 우리 할아버지가 감을 따 먹고, 그 할아버지의 아들의 아들인 우리 아빠도 감을 따 먹고 자랐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나무를 만지고 있다.”

(27쪽)


감나무가 쓰임이 다해도 없어지는 게 아니라 나중엔 책상으로 변하여 여전히 현우의 가족 곁에서 함께 하는 것처럼, 가족이란 건 죽는다고 없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세대를 통해 끊어지지 않고 이어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우리집은 제사를 지내진 않지만 할머니의 기일에는 친척끼리 시간을 맞춰서 모여 밥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는 제사를 지낸다. 나도 내 아이들도 돌아가신 분들의 얼굴 한번 본 적 없지만 그분들은 그분들의 자손인 나의 남편을 통해 내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동요 <할아버지의 시계>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가사 속에서도 할아버지를 추억할 시계가 남아있기에 할아버지를 계속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가족이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추천하고 싶은 이들

이 책은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반성하는 부모들이 읽기에 좋을 듯하다. 우린 모두 마음 속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착했던 우리 아이가 왜 말을 안들을까 하고 걱정하는 부모와 아이들에게도 보면 좋을 것이다. 행복이라는 건 누군가의 희생이나 강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를 같이 읽고 싶다면 <봄이의 뒷모습>을 추천한다.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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