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엄마, 제발 좀 사가세요!
한세경 지음, 이연정 그림 / 스토리-i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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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엄마제발좀사가세요 #한세경

 



지금은 어지간한 일상에서 중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대에요. 온라인 앱으로 손쉽게 상태 좋은 물건을 찾아서 사요.
저 역시 결혼 후 임신하게 되면서 짧은 기간동안 쓸 육아용품을 중고로 구입하는 것으로 중고 거래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아이를 키우면서 옷이나 그림책 등을 중고로 구입하지요. 제 생활 속에서도 중고가 참 익숙해요.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주인공 아이의 눈에 비친 아이의 엄마에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이가 사랑하는 자기 엄마를 사가라고 하는 건지 궁금해졌어요.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가 이런 마음을 품은 것을 보니, 이 아이가 어떤 상황이고 어떤 감정을 가진 건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동화 작가 한세경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동화작가가 되었고, 31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습니다.
명예퇴직 후,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줄거리

중고물품을 자주 사는 엄마 때문에 초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없던 시후.
2학년이 되어 전학 온 미루와 짝이 되고 생일날 초대를 받아서 엄마에게 선물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엄마에게 신신당부했지만 미루에게 선물로 준 가방의 끈이 그만 끊어지고 마는데요.
설마 이것마저도 중고물품?!
좋아하는 친구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 시후는 집에 돌아온 후 엄마가 애용하는 중고마켓앱을 보게 되고 중고 엄마를 판다는 글을 올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런 엄마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과연 시후는 원하는 대로 엄마를 팔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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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와 <신상품>, 둘을 바라보는 시각

중고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아요. 1. 이미 사용하였거나 오래됨 2. 좀 오래되거나 낡은 물건. 이미 사용하였기에 새 것이 아닌 헌 것이고, 오래되었기에 새 물건이 아니라 낡은 물건입니다.

‘신상품’은 말 그대로 새 것이지요. 이것은 미루의 생일날, 선물로 건넨 가죽지갑처럼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반짝거리고 예쁘며 비싼 물건일 수도 있어요.
그것에 비한다면 ‘중고’는 “싫증나서 일부러 버린 것을 주웠고, 남이 쓰던 걸 사용하니 찝찝하다”고 수근거리고 비웃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신상품과 중고를 나누는 건, 오래되고 낡은 헌 것은 값어치가 없다는 시각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까지도 차별하지요.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게 아니라 물건처럼 환산하여 등급을 매기는 것입니다. 이게 아이들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실은 그것은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부모를 비롯한 어른들의 부정적인 시각에서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니까요.


하지만 시후의 엄마에게 ‘중고’는 다른 의미입니다.

“새 것만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아줌마는,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버리는 건 흠, 뭐랄까......”
엄마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다시 말을 이었어요.
“사람으로 치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억지로 그만두게 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 물건은 그 쓰임이 다할 때까지 사용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74쪽)

이 때의 ‘중고’란 여전히 쓸모있고 더 필요한 이에게서 계속 이어저 쓰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래되어도 빛나는 것이지요. 우리의 전통이 살아숨쉬는 것들을 떠올려보면 낡고 오래되어도 가치있게 빛나며 그것을 사용하고 이용하는 사람들도 동등하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중고란 건 버려지는 물건이 아니라 여전히 값어치있게 빛나고 쓰임이 계속된다는 것이지요.

중고라고 하여 함부로 대하는 이들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을 평등하지 않고 인간답지 못하게 대할 수 있어 그런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육아하는 입장에서 본 아이와 엄마의 관계


 ‘학교갈 때, 집에 올 때 나를 반겨줘요. 간식을 잘 챙겨줘요. 성격이 좋아요. 잘 웃어요. 집안일을 잘 해요. 공부하라고 윽박지르지 않아요.’ 이건 시후에 중고 엄마를 판매하려고 할 때 썼던 엄마의 장점이에요. 시후는 평소에 엄마랑 사이도 좋고, 엄마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 많은 장점을 떠올릴 수 있었겠지요.

그리고 시후는 중고 학용품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상처를 받았지만, 엄마에게 심하게 화를 내거나 탓하지는 않았습니다. 다음부터는 새 것으로 가지고 싶다고 말하며 속상함은 속으로 삼켰어요. 이는 아빠의 부재로 엄마의 마음을 힘들지 않게 하려고 하는 노력이라고 보았습니다. 어리지만 의젓한 아이인 것이지요.

그러나 아이 나름의 상처가 있는데 이것을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는 게 많이 안타까웠어요. 초등학교 2학년일 뿐인데, 어깨에 책임감을 지고 있으니까요.

엄마는 시후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짐작하지만, 나중에 친구들을 모아놓고 중고물품의 의미도 알려주고, 시후와 친구들와의 관계 회복에 힘써주는데요.

다만 더 일찍부터 엄마가 중고물품을 계속 사는 것에 대해 그리고 시후가 받았던 상처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었어요.

동화의 내용 흐름상 극적으로 해결방법이 나와서 재미있긴 했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시후의 엄마의 태도가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에요.


작가의 말

중고앱에는 파는 물건만 올라오는 게 아니라 기부하는 물건들도 많아요.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지요.
그래도 새 물건을 갖고 싶다고요?
맞아요, 헌 것보단 새 것이 좋지요.
하지만 오늘 산 새 물건도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중고가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새 물건이든 중고 물건이든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만은 잊지 말기로 해요.

(81쪽)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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