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퉁불퉁 구덩이 우리 작가 그림책 (주니어랜덤) 11
박세랑 지음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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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울퉁불퉁 구덩이 - 박세랑 / 주니어RHK 출판사



얘들아! 즐길 준비 됐엉?

콩벌레 삼남매는 사이가 좋아서 함께 동네방네 굴러다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 콩벌레가 어디서 까맣고 못생긴 애를 데려왔지 뭐에요.
“오늘부터 같이 살 울퉁불퉁이다.”


울퉁불퉁이는 버려진 애였어요.
까맣고 못생겨서 버림받은 걸까 봐 늘 속상했지요.

자주 다투던 어느 날, 콩벌레 삼 남매는 작전을 세웠어요.
발로 서로를 뻥뻥 차면서 축구 시합을 했어요.
그리고 작전대로 울퉁불퉁이는 구덩이 속에 콕 처박히게 되었지요.

그런데 동네 소문난 장난꾸러기 민지가 엉덩이에 붙은 콩벌레 삼 남매를, 그만 콩인 줄 알고 구덩이 속에 심어버렸어요.


콩벌레 삼 남매는 캄캄한 구덩이 속에서 길을 잃고 무서웠는데, 울퉁불퉁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마음이 따스해졌지요.


구덩이에서 빠져 나가려고 다 같이 힘을 모으기로 했는데..
저런, 콩벌레 삼 남매는 까무룩 잠이 들고 말았네요.

온 세상이 긴 잠에 들고 눈보라가 하염없이 쏟아지던 날에도,
들려오던 소리는 바로 울퉁불퉁이가 땅 위로 빠져나가려고 노력하는 소리였지요!

따스한 봄날에 연둣빛 세상에서
과연 울퉁불퉁이의 노력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 콩벌레 삼 남매는 구덩이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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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콩벌레 삼 남매는 까맣고 동글동글해요. 아빠 콩벌레가 하는 말이지요. 그런 콩벌레 삼 남매의 눈에 자신들과는 달라보이는 울퉁불퉁이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아빠는 같이 지내라고 하지요.
울퉁불퉁이는 콩벌레 삼 남매랑 다르게 몸도 쭈욱 늘리지 않고 동글동글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다투면 아빠 콩벌레에게 오히려 자신들이 혼나요. 그러니 더더욱 마음에 안들겠지요?

콩벌레 삼 남매는 계획을 세워서 멀리 쫓아보내려고 합니다. 바로 구덩이에 빠지게 하는 거에요. 결국 그들의 뜻대로 울퉁불퉁이는 콕 빠지고 말았는데요.
아뿔싸! 장난꾸러기 민지라는 복병이 나타나 콩벌레 삼 남매도 구덩이에 빠져버리게 돼요.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 버린 거에요.

그리고 컴컴한 구덩이 속에서 두려움에 떨던 콩벌레 삼 남매와 외로웠던 울퉁불퉁이가 만나는 순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옵니다.



[전반부]
콩벌레 삼 남매 - 외적인 것에서 갖는 편견


이 책은 이런 구덩이를 두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달라져요.
구덩이에 빠지기 전인 전반부는 콩벌레 삼 남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외모가 다르다고 하여 상대방에게 편견을 갖고 제대로 상대해 주지 않으려고 하지요.
이건 안데르센의 동화에서 나오는 못생긴 아기 오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다수가 모여있을 땐 외적인 모습이 때로는 일종의 권력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다수의 논리에 의해서 상대적으로 다르게 생긴 소수는 하대받고 천시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이 생기지요. 그러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어려서부터 외모지상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요.


울퉁불퉁이 - 외모 콤플렉스에서 오는 낮은 자존감

그리고 울퉁불퉁이 입장에서는 남들과 다른 외적인 모습에 자신감이 없습니다. 특히나 그는 버려진 아이였어요. 왜 버려졌는지 이유를 모르는데, 자신이 못생겨서 그런 걸까 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을 리가 없지요.
그렇게 자신감이 없는 그에게 주변 인물들이 괜찮다, 너 자체로 예쁘다하며 칭찬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줬다면 울퉁불퉁이의 마음도 덜 까칠하고 덜 상처받았을 거에요.
고슴도치가 뾰족한 가시를 세우듯, 울퉁불퉁이가 콩벌레 삼 남매와 다투는 것은 먼저 다가가는 법을 모르고, 친구 사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아무도 그에게 일러주지 않았기에 더 웅크리고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지요.


[후반부]
같은 처지에서 오는 연민, 그리고 역경을 이겨내는 연대감


그러던 그들이 컴컴한 구덩이 속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이 후반부는 극적인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콩벌레 삼 남매는 아빠와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두려움에 처해있고요. 울퉁불퉁이는 홀로 외로이 이 곳에서 도움의 손길 없이 가만히 있기만 했어요.
그들이 반가운 마음에 부둥켜 안았을 때, 마음 속에서 퍼지는 따스함은 서로의 연민에서 오는 연대감의 발로가 아니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함께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로 하는 것이지요.
어둡고 낯선 환경 속에서는 외모도 힘도 무엇도 권력이 될 수 없어요. 상대방을 무시하고 낮춰보던 것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화합의 마음으로 서로에게 다가서야 함을 알려줍니다. 그래야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으니까요.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

그리고 이야기는 그들이 구덩이를 빠져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흘러갑니다. 그러나 이 구덩이에서 콩벌레 삼 남매는 어이없게도 쉽게 잠들어 버려요. 오로지 울퉁불퉁이만 탈출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울퉁불퉁이 입장에서는 잠든 콩벌레 삼 남매가 굉장히 미울 수도 있어요. 이는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긴 듯이 행동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러나 전 울퉁불퉁이는 삼 남매에게 아빠를 다시 만나게 해주려고 부단히 움직였다고 봤어요. 애초에 삼 남매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아빠 콩벌레가 울퉁불퉁이에게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데리고 온 것이었을 테고, 그 애정을 기억하기에 울퉁불퉁이도 노력한 게 아닐까 싶었지요.

긴긴 겨울동안 삼 남매를 위해서만은 아니겠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빠져나가려고 노력한 울퉁불퉁이. 그 노력의 결실은 작은 머리 위에 싹이 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유쾌하고 발랄하며 아름다운 결말

이 책에서 작가님은 정말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요. 그림체도 다채로운 표정들이 나오고,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무거운 느낌 없이 발랄하지요. 분위기아 반짝이는 햇살이 눈부신 여름처럼 밝아요.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저는 울컥했어요. 못생긴 아기 오리가 실은 오리가 아니라 백조였던 것처럼, 울퉁불퉁이는 콩벌레 무리 속에서 달리 보였을 뿐, 실은 별개였어요. 울퉁불퉁이는 벌레가 아니었던 것이지요.
그가 달라진 모습으로 여전히 콩벌레 삼 남매를 감싸안는 모습은, 겨울밤 내내 노력했던 울퉁불퉁이가 자기 희생을 바친 비극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행복해지는 결말로 끝나서 아주 감동적이었어요.

아주아주 즐겁고 유쾌한 그림책이지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생각을 담게 하는 좋은 그림책이에요.



알에이치코리아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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