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뱉은 고래뱃속 창작그림책 28
경자 지음 / 고래뱃속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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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뱉은 / 경자 글,그림 / 고래뱃속 출판사

내 이름은 차마 말할 수 없어

“꺼져!”

사람이 화가 나면 머리 위로 불꽃이 튀고 연기가 피어올라요. 그게 ‘신호’가 되지요.
그 신호에 따라 검댕이들은 머리로 들어갔다가 입으로 튀어 나옵니다.
그러면서 ‘누군가 뱉은’ 말은 상대방의 얼굴에 묻어 그를 슬프고 괴롭게 만들었어요.
그리고 묻은 검댕이는 다시 떨어져 나왔습니다.
검댕이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안녕? 내 이름은 꺼져야.”
“내 이름은 차마 말할 수 없어.”
“내가 제일 셀걸?”

하지만 사람들의 슬프고 괴로운 표정을 보니
꺼져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어요.


무지갯빛 방울들

무지개 방울들이 있는
그 곳에서는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꺼져는 기분이 좋았어요.

그러나 검댕이 친구들이 주위에 모여들자
무지개 방울들은 퐁퐁 소리를 내며 터졌어요.
즐겁게 웃던 사람들도 모두 떠나 버렸지요.

꺼져는 더 이상 검댕이들과 있고 싶지 않았어요.

저 멀리 어둠 사이로 다시 무지개 방울이 보였어요.
집 안에서 아빠와 딸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어요.

꺼져는 음악을 들으며 방울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따뜻하고 행복했지요.


갑자기 나타난 남자

딩동 딩동
쾅쾅쾅
“누구세요?”
“문 좀 열어봐요!”
그 때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집 안으로 들어왔어요.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네.”
남자 주위에 검댕이 친구들이 잔뜩 모여있었어요.

아빠와 딸은 앞으로 남자와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과연 꺼져와 검댕이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 책을 처음 아이들에게 보여줬을 때, 4살 꼬맹이는 검정색이 무섭다며 같이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1차 설득 실패.
책을 일부러 보이는 곳에 놔두고 적응 기간을 가졌지요.

다시 도전을 시작한 책은 첫장부터 강렬했어요.
4살과 6살 아이들에게 차마 말할 수 없는 단어가 크게 나와 있었지요. “꺼져!”
전 그래서 “나쁜 말을 하고 있어.”라고 좀 순화시켜서 읽어줬어요.

아이들 눈에도 계속 나오는 싸우는 모습과 슬프고 괴로운 상대방의 표정은 썩 좋지는 않았었나봐요.
하지만 읽어주는 엄마인 저는 속으로 크게 반성했어요. 부모가 아이에게 혼내는 장면도 있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 차마 그런 장면들을 설명하기엔 부끄러워서 손으로 슬쩍 가리면서 “이렇게 싸우니까 표정이 안좋다.” 하며 넘어갔지요.

그리고 펼쳐지는 무지갯빛 방울들.
검댕이 꺼져의 눈에도 아름다운 방울들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서 방울방울 생겨났고요.
아이들과 함께 놀이공원 장면을 보며 즐거운 상상을 함께 해봤답니다. 책을 가리키는 아이들의 손 끝에도, 우리가 함께 읽고 있는 이 주변에도 무지개 방울들이 몽글몽글 솟아오르는 것만 같았어요.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방울들이 왜 검댕이 꺼져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는지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었지요.

그렇지만 검댕이 친구들이 나타나면서 무지개 방울들을 사라져 버렸어요. 꺼져는 그 친구들과 함께 있고 싶어하지 않았지요.

초등학생만 되어서 나쁜 말을 하는 친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게 더 낫다는 걸 분명히 이해시킬 수 있을 거에요.
그런 친구와는 단호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더 어린 아이들을 두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은 그저 별다른 설명없이 넘어가야 했지요.

그리고 아빠와 딸이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은 참 부드럽고 포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아이들과 가끔씩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하며 즐겁게 놀아봤었으니까요.

그런데 층간소음으로 저녁에 시끄럽다며 찾아온 남자는 너무나 무섭게 생겨서 제 뜻만큼 안따라오려는 아이들에게 뒷부분을 읽어주려고 계속 애썼어요.

그리고 뒤에 나오는 반전같은 결말이 가슴 속에 확 다가왔습니다. 장면은 층간소음으로 대립하는 것이지만, 실은 아이들이 뭔가 잘못을 했을 때 제가 꼭 그 남자처럼 변하곤 했었거든요.
이 결말은 저처럼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이 꼭 봐야하는 것 같아요. 반성 또 반성합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아이 그림책이 아니라 어른 그림책이구나 싶었네요.
특히나 어린 애들은 엄마아빠의 말을 그대로 따라해서 말조심해야 하는데, 다시 한번 저를 부끄럽게 만들고 반성하게 만든 책입니다.

제 주위에 검댕이들이 많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지만,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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