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
최성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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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연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


육아 시작하며 일을 그만두었고,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다시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경력 단절로 인해 능력은 부족하고 자존감은 바닥을 칠 때, 과연 나는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면 다르게 살고 싶어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그 동안 해 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을 선뜻 시작한 저자의 용기가 부럽기도 했고, 또 노동자의 일은 경단녀인 저에게도 맞는 일일지 궁금해지기도 하여 책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저자 소개

이러한 놀라운 생각을 하고 선뜻 행동에 옮긴 저자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저자는 대학교 때 피아노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연극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연기도 하고 희곡도 쓰고 연출도 하고 연극 음악이나 무대 영상을 만들며 라이브 연주도 하고 최근에는 요가 강사일을 하는 다재다능한 사람입니다.

목차

 


노동의 시작, 그 산뜻함에 대하여

저자는 이 노동이 신성하다거나 몸을 낮추기 위해 시작한 일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시작은 돈을 벌기 위함이었지요. 산뜻하고 깔끔한 이유였습니다.
또한 이것은 수긍이 가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더 나은 월급을 주는 곳으로 선택했다는 당당하고 솔직한 저자의 자신감이 글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독자들에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노동에 어떤 포장을 해대지 않는 것에도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로운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용기

저자는 자신이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새로운 세계가 내 사고의 지평을 열어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청소일을 시작할 수 있었겠지요. 고학력에 평소 몸을 위주로 하여 고된 일을 해보지 않은 중년의 여성이 시작하게 된 이 일은 어지간히 용기가 없으면 끝까지 버텨내기 힘든 일입니다.

저자와 함께 청소를 했던 십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언니들이 청소를 ‘해준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바로 공감이 되었어요.
저는 여고를 다니면서 한 학년 내내 화장실 청소 담당이었어요. ‘내가 이걸 치우지 않으면 화장실에 들어오는 친구들이 기분이 나빠질거야, 그러니 내가 해줘야지.’ 저도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하면서 학교에서 화장실 청소를 즐겁게 하려고 애썼었습니다.


청소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

저자의 글에는 촌철살인같은 말들이 많습니다. 청소를 하며 느낀 점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건 평소에 저자가 얼마나 진중한 생각을 하며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여겨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이 있기에 기사로 연재도 가능했겠지요.
제가 청소를 하고 있었어도 이런 생각을 품을 수 있을까 감히 비교해보자면 전혀 아니다입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저처럼 함께 열광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일을 했더라도 이만한 깊이의 성찰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저자는 청소노동자의 일을 몸소 겪으면서 그들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궂은 일을 뒤에서 묵묵히 하는 이들 덕분에 삶은 더 깨끗하고 편해지고 있지만, 노동자라는 이유로 윗선에서는 은연중에 타인에게서 그들을 보여주기식으로 대하기도 합니다.
여성 청소 노동자들에게 ‘아줌마’는 안되고 서로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부르라는 지시가 내려온 에피소드를 보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도 그 표현을 어색해하지만, 윗선에서는 보여주기식의 지시가 내려온 것이지요.
이는 흡사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휴게실이나 창고에서 고객들이 있는 문쪽으로 나올 때 ‘안녕하십니까’라는 인삿말과 함께 허리 숙여 인사해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전 그 모습을 보고 진정 누구를 위한 인사이고 호칭인지 조금 불편했었습니다.
그리고 유니폼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노동자들은 편하게 입던 작업복을 단지 윗선에서 보기엔 색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그들의 눈에만 화사하게 보이는 불편한 디자인의 작업 유니폼으로 바꿔서 제공이 되었습니다. 일하는 이들의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가는 이들도 노동자의 옷차림을 신경쓰지도 않지만 이 역시 보여주기식으로 불편함을 밀어붙인 것입니다.
또한 안타까웠던 것은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행태였는데, 뭐만 없어지면 미화사무실로 전화가 온다는 에피소드는 낮은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얼마나 하대하고 존중하지 않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과 같았습니다.

한편으로 저자는 청소노동자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들을 날카롭게만 보고 있지 않는 것은 같은 일을 하면서 오는 인간적인 유대감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들이 아무렇게나 옷을 입지 않는 에피소드에서는 출퇴근 시간만이라 하더라도 단정한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려 한다는 것임을 이해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주변인물에게 지대한 관심어린 시선을 쏟는 그들에게, 그 관심이 적대적이지 않고 따뜻하고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걸 보여주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여기서는 청소노동자들이 고된 노동과 차별과 편견에 시달리지만 그러한 따스함으로 감싸 안으며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부분

1부. 겨울
몸이 하는 일을 마음이 모르게 할 수는 없다

청소는 사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에게 봉사하는 일인데...
사람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금 상기했다.
언니들은 청소를 ‘한다’기 보다는 ‘해준다’고 여긴다. 공간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돌본다는 마음이 있다.
몸이 하는 일에 마음을 담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세 한탄을 늘어놓는 것보가는 훨씬 건강하지 않은가?
청소일을 제대로 하려면 마음를 담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9~32쪽)

3부. 여름
“네가 일을 느리게 해서 모두가 다 불편해!”


노동하는 내 몸이 상하지 않게 보호하면서 청소도 깔끔하게 하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일에 몰두하다 보면 속도가 붙어서 자기도 모르게 자꾸 빨리하게 된다. 천천히 일하는 것도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후로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보다 정해진 시간에 끝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뭔가 뒤바뀐 느낌이 들었다. 모두가 하는 대로 맞추기는 했지만 마음 속 의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강도 높게 일을 한 다음 쉬는 것과 쉬는 시간은 없어도 여유 있게 일하는 것, 어느 쪽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일까?
‘천천히’ 일할 권리
빠른 속도는 사람을 아프게 하고 세상을 병들게 한다.
누군가를 배려할 때 우리는 결코 빨리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
‘천천히’는 가장 따뜻한 사랑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106~110쪽)

4부. 가을
“딱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요.”


언뜻 생각하기에는 시키는 일만 하면 속 편할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가 않다.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라서 그렇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을 위한 일인지, 다른 일들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전체 계획 속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알면서 할 때와 아무런 이유도 목적도 모른 채 그냥 할 때, 일하는 사람의 몸과 마음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느낌과 생각을 하나도 표현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니 오죽 답답하랴.
지시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 간에 전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에서 느꼈던 좌절감을 그들은 그렇게 표현했다.
(132~133쪽)



추천하고 싶은 이들

이 책은 예술활동을 하던 저자가 50이라는 나이에 돈이 필요해서 과감하게 청소노동자의 일을 하며 느낀 바를 적은 것입니다.
저처럼 경력단절의 여성이라면 솔깃한 이야기에요.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고민인 사람들도 있겠지요. 이건 단지 직업 체험이 아니라 그 속에서 새로운 세상살이가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청소노동을 찬양하는 글도 아니고 이 일은 해볼만하다도 아닙니다.
그러나 내 세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의 일을 시작해야 할 때 두려움을 떨치고 용기와 기대를 가지고 해나갈 수 있도록 북돋워주는 책입니다. 용기가 필요한 당신이라면 과감한 선택을 하고 그 속에서 내면의 세계를 넓히고 성찰한 이 책 <딱 일 년만 청소하겠습니다>를 추천합니다.



이 책은 문화충전200퍼센트 카페의 추천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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