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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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독자인 저에게 ‘그녀들의 책 읽기’라는 제목은 많은 호기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녀들은 누구일까?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란 무엇일까? 이 책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책을 얼른 펼치게끔 만들었어요.


이 책을 쓴 저자와 동료들은 같은 직장에서 독서 토론 모임을 하는 여성들입니다. 흔히 토론이라 하면 하나의 논제를 두고 의견을 찬반으로 나누어 서로 경쟁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여기서는 그런 찬반 토론이 아니라,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인 비경쟁 독서 토론을 하며 그동안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과 저자가 느낀 개인적인 사유를 담아서 에세이로 엮은 책이에요.

성인이 된 후에도 이러한 독서 토론은 왜 필요할까요? 그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는데요. 토론식 읽기는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해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그림책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들어가면 대학 입학의 최종 목표인 수능과 관련한 고전과 현대 문학도 상당히 많이 읽게 되지요.
이러한 양으로 승부하는 책 읽기 또는 어린 나이에 접하는 책 읽기는 얕은 지식으로 인해 깊이 있는 독서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성인이 된 후에 이러저러한 경험치가 쌓이고 연륜이 생기면, 그 때 접하는 책 읽기는 배경 지식부터 달라져서 이해의 결이 달라지지요.

이 책에서는 중년의 여성들이 독서 토론 모임을 통해 얻는 효과를 밝히고 있습니다.
육아와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여자들에게는 독서를 통한 자아 성찰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의 긍정적인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
여자들이 독서 토론을 하면 인생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에 자아를 긍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고 타인과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8~9쪽)


차례 구성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주제는 인간, 죽음, 여성, 사회입니다. 각각의 대주제에 맞는 도서를 6~9권 정도 선정하였는데, 작품의 줄거리에 더하여 사회 현상, 문화 현상까지 끌어오거나 비판하기도 하며 여러 사람이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깨달은 바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1. 인간 - 태어나서 사는 동안의 예의

1장에서는 <데미안>, <달과 6펜스>, <필경사 바틀리>, <페터 비에리의 교양수업>, <여행의 이유>,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총 6권의 책을 두고 자유롭게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거대하고 억압적인 부정적인 패거리 사회에서 개인적이고 자율적이며 가치있는 인간 개인을 알아가고 찾아내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요.
그러한 토론의 내용에는 현재의 사회 문제나 현상들을 같이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어리석은 자의 우직함이 세상을 조금씩 바꿔갑니다.” 이는 <담론>에서 길어 올린 많은 문장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귀’(55쪽)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 신영복의 작품을 처음으로 접한 일화, 저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등의 저자의 생각도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에선 2016년의 촛불집회라는 사회 현상을 제시하며 그것은 인간으로서 책 읽기를 통해 세계관의 인식을 변화시켰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신영복 작가의 말처럼 ‘자신과 세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의 필요성을 통해 책 읽기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죽음 - B와 D 사이, 그 어디쯤

2장에서는 <아픈 몸을 살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죽음의 에티켓>, <삶의 한가운데>, <자기 앞의 생>, <페스트>의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을 다루며, 아픔과 고통이 주는 긍정적인 가치와 행복과 성장,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생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가족과 이웃의 이야기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질병과 그에 수반되는 고통은 코로나19 사태도 큰 영향을 끼쳤기에 함께 언급됩니다. 최신의 사회 현상이 반영된 것이라 독자인 저도 함께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자기 앞의 생>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프랑스 원제는 앞으로 남아있는 삶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는 핏줄로 이어지지 않았어도 가족이 되는 사람들이 나오는데요. 공개입양한 우리나라 연예인 부부의 이야기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결국에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살아야 생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하며, 그들이 핏줄로 이어있지 않더라도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돌봐주며 나아가 공동체 안에서의 연대감을 함께 말하고 있습니다



3. 여성 - 깨어나고 있는 힘

3장에서는 <자기만의 방>, <82년생 김지영>, <딸에 대하여>, <페미니즘의 도전>,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들을 통하여 궁극적으로 페미니즘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글을 쓰는 이 책의 저자와 독서 토론을 함께하는 주체들이 모두 여성이기에 페미니즘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독자인 저 역시 여성이니까요.
이번 장에서 지향하는 페미니즘은 초창기의 페미니즘과는 다르며, 또 달라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페미니즘 담론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여성만을 위한 페미니즘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 페미니즘에 대해 알고 이야기하여야 양성적인 담론을 담아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도 대학교 1학년 때 한 학기 동안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교양 수업을 들었었어요. ‘페미니즘’이 뭔지 스무살이 넘어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어요.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고, 조별 과제로 우리나라 작가의 단편 작품으로 역할극을 해보기도 했어요.

벌써 10년도 지난 일이지만 그 때 배웠을 때나 지금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진일보하진 않았어요. 때로는 남여 성별로 나뉘어 혐오를 일으키는 과열화된 양상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봤을 때 3장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약자도 포용하고 남성도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는 의견은 여실히 와닿습니다.




4. 사회 - 타인에게 공감하는 우리

4장에서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밤 산책>, <소년이 온다>, <거짓말이다>, <빅토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모멸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이것이 인간인가>, <아픔이 길이 되려면> 총 9권의 책을 두고,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차별에 맞서 도덕성과 양심을 살리고, 성숙함을 가질 것을 대안으로 제시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각각의 장들은 대주제로 구분되는 것 같으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요. 1장에서 인간이라는 대주제는 전체주의에 묻히지 않으려는 개별적이고 주체적인 하나의 인격체에 대한 탐구라면, 4장에서 사회라는 대주제는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이 고통 속에서도 성장할 줄 알며 약자들과 연대감을 가지며 공동체 속에서 소신있는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함을 이야기한다고 봅니다.




이 책의 매력


이 책은 하나의 도서를 선정하여 읽은 뒤 여러 사람들이 줄거리와 그와 관련된 사회 문화 현상들을 같이 이야기 나누고 토론하며 생각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고등학생이 논술을 대비하거나 교양있는 성인의 자기계발, 생각하는 글쓰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봅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같은 책을 읽더라도 이 책에서처럼 깊고 넓은 통찰력을 갖기에 쉽지 않습니다. 또한 혼자서 생각한 것과 여러 사람의 의견이 공유된 결과물은 깊이의 차이가 다르지요. 그러므로 어른들이 독서 토론한 책이지만, 학생들의 논술 대비용으로 오히려 더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교양을 넓히기 위한 입문 도서로서, 자기계발을 위해서도 활용할 만하고요. 타인의 생각을 공유하는 방법은 독서를 통한 간접 경험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내면을 살피고 교양을 넓히는 자기계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시사적인 내용들이 함께 언급되어 있으므로, 그들의 생각에 나의 생각을 더하여 또다른 생각거리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입니다. 토론하였던 책을 찾아 읽으며 다른 매체인 영화에서도 비슷한 주제를 찾아내 비교할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서두에 나온 것처럼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로 독서 토론 모임의 긍정적인 효과를 느낄 수 있고, 독서 토론의 힘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혼자서만 생각을 정리하였거나 다른 이들과 교류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외부로 돌아다니지 쉽지 않은 현재의 상황 속에서 온라인 독서 모임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이 책의 매력에 공감하신다면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읽기>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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