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가장 큰 피해자가 성빈이라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여자와 싸우는 동안 나는 성빈이의 존재를 잠시 잊었다. 성빈이의 울음소리는 더 이상 달래야 할 것이 아니라 윗집을 공격하는좋은 무기일 뿐이었다. 윗집과 내가 만들어내는 소음들은 성빈이를 불편하고 아프게 했다. 그럴수록 성빈이는 더 크게 울었고 나는 그 울음이 윗집을 힘들게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울음소리가 크게 전달되도록 소파에 올라서서 성빈이를 달랬다. 거울에 비친 그 모습을 우연히 보고 경악을 했다. 눈물범벅이 된 새빨간 성빈이의 얼굴에 대비되는 밝게 웃는 얼굴의 나. 성빈이와 나를 해친 것은 갑자기 나타난 위층 여자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이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나는 아무래도 이사를 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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