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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흔
데라오 데쓰야 지음, 김소희 옮김 / 드롬 / 2026년 9월
평점 :

20대 청춘을 위한,
잔인하게 남은 흔적 <탄흔>
<탄흔>.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단순하다. 타이완 금전상, 신인상 및 린룽싼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라서 놀랬고 IT 계열에 종사하는 남자 이공계생들의 이야기라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총 9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이 책은 T 적 사고가 남발되는 이공계에서 벌어지는 오싹한 이야기를 담았다. 읽을수록, 날카로운 실탄을 쏜 것 같은 느낌 또한 지울 수 없었다. 다들 잘나가는 대학교 출신의 엘리트지만, 성소수라는 사회적 불편함을 갖고 살아간다. 특히, 소설의 주인공이자 때로는 관찰자 같은 제헝이 겪는 내면적 부재는 더욱더 처절하게 전해진다.
제헝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글은 시작된다. 플라나리아A. 최우수 학생이지만 교묘하고 아슬아슬한 한 집단의 무리가 되기도, 때로는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그의 위치는 촉망받는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주인이자 방관자가 된 것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변한 것은 없다. 이는 직장인이 되어서도 진행된다. 돈을 잘 벌고 회사에서 인정받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다. 이공계 출신의 자살은 사실 그리 흔한 것도 아니다. 몇십 년 전 호텔에서 삶을 마감한 의대생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차이가 없다고 했다. 국제 경시대회 수상자인 그는, 끊임없는 경쟁과 닦달에 지쳤을 것이다. 어쩌면 추락하는 것만이 자신의 삶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여긴 것 같다.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들은 항상 반복된다. 왜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을 이겨서 1등이 되고, 1등을 유지해야 하고, 1등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는 걸까. 지독한 현대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책 중간에 수학에 관한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온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책갈피 같았다. 고독한 세상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엘리트들의 울부짖음은 지나치기 쉽다. 머리가 좋은데 금방 낫겠지 - 하는 안일한 생각은 위험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책은 저자 데라오 데쓰야의 삶을 많이 녹여냈다. 그래서 더 자조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하다. 소설 속의 수많은 등장인물이 저자의 분신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탄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혁신은 매일 일어난다. 그 안에 수많은 외로움에 사무친 학생들, 직장인들의 마음이 그대로 녹여있는 <탄흔>. 뼈아픈 성장통은 이제 그만 되었으면 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