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하 앵커,
진정한 생존자가 되어 앵커의 힘을 지니게 되다
MBN의 대표 앵커이자 대학생들의 오랫동안 멘토였던 김주하 님의 신간이 굉장히 오랜만에 나왔다. 제목도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뭔가 시적이면서도 꿋꿋하고 용맹한 고양이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표지라 왠지 그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던 기자와 앵커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대범하면서도 당차게 방송국에 전화를 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대학교에 진학하는 모습도 멋졌다. 그런던 그가 결혼을 하고 출산. 양육을 거쳐 이혼을 하면서 역설적으로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본 이후에 더 큰 나무가 된 느낌이다. 여성에게 결혼은 인생의 종말이라는 구닥다리 문구도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는 더 큰 세상을 마음에 품게 된다.
대학생 무렵, 김주하 앵커는 워낙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그가 겪은 개인사는 언론사에 마구잡이로 뿌려졌다. 대중이 반드시 알아야 할 권리는 없지만 자극적인 멘트로 호기심을 부추기기엔 적나라한 소재여서 그랬을까 - 너무 심하다는 생각으로 눈살이 찌푸릴 정도였다. 누군가의 사생활이 이렇게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만큼 그가 가진 사회적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에는 그가 겪어야 했던 아픔의 뿌리가 솔직하고 때로는 그 고통이 느껴질 만큼 자세하게 적혀있다. 타인의 시선과 나의 시선, 아들의 눈물과 엄마의 눈물 등이 공존하면서 얼마나 많은 나날들을 눈물 베개에서 잤을지...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다행히, 아들은 이제는 자유를 얻어 더 내면이 탄탄하게 자신감 있게 살아가고 있으며,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된 엄마의 넓은 마음 안에서 잘 자라고 있을 거라고 안심하게 되었다.
김주하 앵커가 겪은 방송사 에피소드, 인간으로서 성숙하게 된 계기, 그것들은 뉴스에 더 녹아 진정한 언론인이 되는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제는 AI 아나운서로 언젠가 대체될 수 있겠지만, 인간이 가진 연민, 세상을 감싸는 온화한 분위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되면서 김 앵커가 가진 뉴스 메시지들은 더 큰 힘을 갖게 되었다. 생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마음과 태도는, 진심으로 감사하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언론인이 가져야만 하는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얼룩달룩한 과거를 드러내는 것은 조심스럽고 무서운 일이다. 그러나 이 틀을 잘 깨게 되면 누구보다 진정하게 바른 사람이 되지 않나 싶다. 오랜만에 나온 그의 신작, 진심으로 추천한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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