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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똥 ㅣ 책속의책 그림책
이정호 지음, 최희옥 그림 / 책속의책 / 2022년 12월
평점 :

꽃지와 단이,
구렁이똥에 얽힌 전래동화
구렁이와 관련된 전래동화를 뚝딱 읽었습니다. 글씨체와 그림체마저 전래 동화 느낌이 풀풀 나는 고전스러운 책이라 그런지 꼭 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고려 가요'를 접하는 것 같았습니다. 주인공인 꽃지와 단이는 이름과는 정 반대의 외모를 가졌습니다. 향이 좋고 아름다운 꽃을 연상시키는 꽃지는 상대적으로 잘나지 않은 외모를 지닌 반면 단이는 누구보다 빛나는 얼굴을 지녀 사람들에게 많은 칭송을 받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구렁이 똥을 생산한 사람은 단이지만, 사람들은 못생긴 외모를 지닌 꽃지의 똥으로 오해합니다. 곤경에 처한 꽃지를 보면서 어쩔 줄 모르는 단이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꽃지에게 사과를 합니다. 내용은 권선징악과 훈훈한 결말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옛이야기답게 종결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독자들은 자신들의 감정과 상황, 경험에 얽힌 추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나도 누군가를 외모로 판단한 적이 있는지, 혹은 내가 그렇게 상대방을 대한 적이 있는지, 때로는 그렇게 대함으로써 나에게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 등 말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구렁이는 예전에 '업신'이라고 불리며 긍정적인 신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집에 재물 복을 가져다준다는 이유로 말이죠. 현재는 예전처럼 쉽게 구렁이를 주변에서 볼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뱀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재물신인 구렁이는 꽃지와 단이에게 누구보다 단단하고 아름다운 감정인 우정을 선물했습니다. 오해와 불신, 그리고 화해와 용서를 통해 꽃지와 단이는 강한 연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꼬마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구렁이에 대해서 무서워하다가, 책장을 넘길수록 구렁이가 건네준 큰 선물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누군가를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옳지 못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더 나아가 '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예기치 못한 일로 인하여 곤경에 처하더라도, 그것을 툴툴 털어내면 더 친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말투가 구어체라 그런지 판소리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숨겨졌던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 잘못된 관념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