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알라딘에서 ebook 리더가 새로 나왔다. 이름은 크레마 A와 크레마 C, 가격은 각각 24만원, 40만원. 현재는 출시 기념 할인 이벤트로 A는 23만, C는 32만원에 살 수 있는 쿠폰을 배포하고 있다.
크레마A가 이전보다 좋은 AP, 더 많은 램을 장착한 단순 스펙 업그레이드라면, 이번에 리뷰하는 크레마C는 거기에 더해 컬러 e-ink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여, 컬러 화면을 볼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나는 크레마 카르타와 크레마 카르타 그랑데를 가지고 있었지만, 싱글 코어 1 GHz라는 낮은 성능 탓에 요즈음엔 제대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업데이트 오류가 발생하기도 했어서 더더욱.
그러던 중에 이 뉴스를 들었으니 어쩌겠나. 사야지.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디스플레이이다. 기존 e-ink 디스플레이는 명암만 표현이 가능했기에 그 어떤 화려한 장정과 삽화도 흑백으로 보아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크레마C는 Kaleido 社의 컬러 e-ink 디스플레이를 채택하여 이 아쉬움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갤럭시탭 S7 FE의 LCD 화면과 비교)
다만 컬러도 볼 수 있는 기기이지, 컬러를 '잘' 볼 수 있는 기기는 되지 못한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고 싶다. 색감이 햇빛에 색이 바랜 신문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알기 쉬울까. 컬러 e-Ink 기술의 한계로 색 재현도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디스플레이보다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Kaleido 社 디스플레이 자체의 한계이기에 다른 메이커의 기기도 비슷한 결과일 것이라 생각한다. 위 사진처럼 쨍한 색감으로 보고 싶다면, 갤럭시탭이나 아이패드 같은 다른 기기를 추천하고 싶다.
저장공간에도 불만이 다소 있다. 본 기기의 내장 메모리는 256GB로 전작이나 다른 기기들에 비하면 넉넉한 편이지만, 외장메모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북이 많지 않거나 소설, 에세이, 교양서 등을 주로 읽는다면 이게 큰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겠지만, 권 당 10~30MB 정도의 글과 권당 300MB가 넘어가는 만화를 고려하면 결코 넉넉한 공간이라 하기는 힘들다. 글 위주의 책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1만권 이상을 저장할 수 있겠지만, 만화는 1천권도 채 휴대하지 못한다.
기기의 문제는 아니지만, 화면 크기에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만화 중에서도 은혼같이 작은 글씨가 많은 작품을 본다거나, 화봉요원처럼 그림 구석구석에 소소한 디테일이 많은 작품을 꼼꼼히 보고 싶다면, 혹은 책을 단면이 아닌 양면으로 놓고 보는 것을 즐긴다면 7인치의 전자잉크 화면은 여러모로 불만스러울 것이다. 7인치는 작은 글씨까지 보여주기엔 너무나 작고, 전자잉크는 화면 갱신 속도가 느린 특성 상 화면 확대 축소가 자유롭지 않으니까. 이런 점에 중점을 둔다면 10인치 이상 대용량 태블릿을 선택하는 것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책은 새 이북리더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북이더를 선택한 것은 내 생활패턴을 여러모로 따져본 결과이다.
예전에는 전자기기는 늘 100% 가까이 충전하는게 당연했고, 두어 시간은 쉬이 빼어 독서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즈음엔 휴대기기는 전원이 꺼지지나 않으면 다행이고, 여유시간은 한 시간도 간당간당하다. 애초에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책에만 집중해서 보는 것이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핸드폰, 태블릿은 다른 길로 빠지기 너무나 쉽다. 거기에다 휴대폰은 화면이 작아 수시로 확대해야 하고, 10인치가 넘어가는 태블릿은 읽다 보면 손에 피로가 쌓이고, 늘 휴대할 수도 없다.
이러한 환경에서, 저사양, 저전력, 경량의 이북리더는 적당한 절충안이 된다.
저사양 기기와 느린 반응속도의 디스플레이는 책을 읽기는 나쁘지 않지만 스크롤링, 동영상에는 좋지 않기에 딴 짓을 원챙 봉쇄한다. 전력을 적게 사용하니 충전에서 더 자유롭고, 관리를 잊고 있었더라도 원하는 때에 책을 펴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7인치대의 작고 가벼운 기기는 자켓 주머니나 작은 크로스백에도 충분히 들어갈 수 있기에 휴대성도 충족한다. 거기다 구형 기기가 책 한 권 다운 받을 때, 책을 펼 때, 책을 넘길 때 등등 모든 면에서 낮은 성능이 발목을 잡았지만, 이 기기는 저사양이라 해도 전작들에 비하면 훨씬 쾌적한 속도를 보인다.
대중 교통으로 이동할 때, 카페에 잠깐 앉아 친구를 기다릴 때, 혹은 쿠션을 높게 쌓고 거기에 기대있을 때, 자기 전 잠깐 책을 보고 싶을 때, 언제나 내가 필요할 때 적당한 독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기기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크레마를 또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