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렌드
미셸 프란시스 지음, 이진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아들을 사랑한다는 문구만 보고 요새 나오는 자극적인 미국 드라마나 영화처럼 연애 감정으로 아들을 대하는 소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읽으면서 오해였다는 걸 깨달았다

오히려 그쪽보다는 지나친 모성애에 가까웠달까

엄마인 로라는 아들 대니얼을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서 때로는 그를 소유물처럼 생각하고 제 곁에만 있기를 바라곤 한다

또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하고 그가 사귀는 여자들에 대해 커다란 관심을 갖는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니얼에게 여자가 생겼고, 그래서 알고 싶었고, 그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집에 초대했을 뿐이다

그랬을 뿐인데 일이 점점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로라는 대니얼의 여자친구인 체리가 어딘가 묘하게 불길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제 아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것 같았고 알아본 결과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을 뿐더러 행동에도 거침이 없어 보였다

물론 체리는 대니얼 앞에선 본색을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로라가 몰아 붙일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대니얼의 앞에서 비련의 여주인공 역을 자처한다

로라는 굳은 결심을 한다

저 불길한 아이를 대니얼 옆에서 치워 버리겠노라고

굵직한 스토리는 대강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첫 장을 넘기면, 프롤로그에서부터 갈등의 절정 부분인 장면을 툭 던져준다

처음 읽을 땐 무슨 내용인지 몰랐을 때니까 당연히 아무 생각없이 페이지를 넘겼지만

점점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로라가 훗날 이 선택을 얼마나 후회하게 되는지,

체리를 얼마나 분노하게 만드는지,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져 가는지를 알게 되니까

뒤쪽에 가서 다시 이 장면이 나왔을 때, 엄청난 장면을 첫 장에 배치했구나 싶었다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방식이 유치하지 않고 노련해서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다

자칫 지루하고 흔해 빠진,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스토리 사이사이에 배치된 긴장감을 주는 요소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뒷내용이 궁금해 졸린 눈을 비벼가며 읽었다

체리와 로라의 신경전, 대니얼이 과연 체리의 실체를 알게 될는지, 로라는 체리의 계략에서 언제쯤 벗어날 수 있을지, 과연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호기심과 긴장감이 책을 끝까지 붙들고 있을 수 있게 만들었다

다소 로라의 행동이 답답한 감이 없잖아 있었고 체리에게 휘둘리며 벌벌 떠는 그녀를 보는 게,

좀더 당당하게 논리적으로 대니얼을 설득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이

한심해 보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뻔하지 않은 결말이라 좋았다

오랜만에 아침드라마 한 편을 본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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