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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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CIA가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이 소설이 아닌 회고록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CIA요원이란 단어를 들어봤지, 실제로 전직 요원이 자신의 얘기를 풀어낸 책을 접해본 건 처음이었다

언더커버라는 뜻이 정부 등을 위해 비밀리에 첩보 활동을 하는 것, 위장잠입, 이런 뜻이라는데

저자의 삶이 언더커버라는 단어와 떼 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로 가득하기 때문에 제목을 언더커버로 선정한 이유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처음부터 CIA 요원 시절의 얘기가 나오는 건 아니다.

초반부는 저자의 어린 시절 얘기가 주로 나온다. 남동생과의 일화, 어머니와 아버지와 관련된 일화 등등

저자는 8살 때 크리스마스 다음 날, 친한친구인 로라의 일가족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로라네 가족이 탄 팬암 항공기가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상공에서 리비아인들에게 폭탄테러를 당한 것이다

한동안 말을 잃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녀에게 보다못한 아버지가 런던 타임스를 권하며 말한다

"네 친구를 빼앗아간 세력의 정체를 너도 알아둬야 해. 그럼 지금보다 덜 무서울 거다."

그 때부터 저자의 세계는 새로운 캐릭터들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카다피와 대처, 레이건과 고르바초프, 천안문 탱크 행렬, 베를린 장벽 등등…

                                     

 

                                

122페이지부터 그녀의 CIA요원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첫 번 째로 해야 할 일은 CIA에 지원했다는 소식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합격했음에도 떨어졌다고 알려야 하는 것

그녀조차도 몰랐을 것이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그녀의 모든 삶은 거짓투성이가 된다는 걸

우선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속여야 했고, 타인을 속이기 위해 위장 신분을 만들어야 했으며

집에서조차 도청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연기해야 했다

또한, 밖을 돌아다닐 때에도 따라 붙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일부러 상점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 틈에 섞여 미행을 따돌려야 했다. 단, 본인은 미행이 붙은 걸 모른다는 듯 아주 여유롭고 태연한 태도를 고수한 채로

가짜 사업계획서와 재무제표를 준비하고,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디지털 상에 이런저런 잡다한 검색기록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자신의 명함과, 업계 관계자들의 명함을 찍어서 준비하고

누군가 자신의 휴대폰이나 디지털 계정을 해킹할 경우를 대비해 가상의 수신자들과 지난 1년간 주고받은 이메일 트래픽까지 만들어 놓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정말 CIA요원이라는 건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면 못할 짓이구나 싶었다

위장 신분을 하나 만들더라도 엄청나게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연구하고 해킹 당했을 때를 대비해 과거의 기록까지 조작한다는 게..

하지만 위험한 곳에 침투하여 상대와의 신뢰를 쌓아야 하는 일이니만큼 완벽하게 자신의 배경과 신분을 구축해 놓지 않으면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생활을 반복하면서 점점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간다

자신이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뭐가 진실인고 거짓인지, 정체성을 잃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임무와 관련한 얘기는 남편에게조차 발설할 수 없고 모든 것을 거짓말로 둘러대야 한다

평화를 위해 첩보원이 되기로 결심을 했다지만, 정작 본인의 삶은 너무 뒷전으로 미뤄둔 것이 아닌지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다

영상으로 스쳐 지나가는 CIA요원들을 볼 때는 그저 멋있고 영화 속 사람들이니까 현실감이 없었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훈련을 받았으며, 무엇을 버리고 현장에 투입된 건지를 알고 나니까 마냥 멋지다고만은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남의 돈 받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다지만 언더커버는 그들의 노고가 더욱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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