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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ㅣ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평점 :
언젠가 지나가는 버스 옆구리에 사각형 얼굴의 일러스트와 국민연금 어쩌구 저쩌구의 글귀가 있는 것을 보곤 당췌 저것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도 알 수가 없어 갸우뚱하는데 또 다른 버스가 지나가고 그 버스 옆구리에 또 그것이 있다. 흠. 광고구나. 국민연금을 내라는 것같진 않은데, 흠흠흠.
근데 또 버스가 지나가고 옆구리에 또.. 또...또... 마침에 정류장에 서 있길래 자세히 들여다보니 책 광고다.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궁시렁궁시렁. 광고하는 책이야 뻔하니까 보면 안되겠군. 사실 책광고는 그닥 좋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광고야 그 광고값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니 좋은 광고야 없다손 치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또 책광고일 땐 사정이 달라진다. 책은 책의 힘으로, 독자의 사유와 필요에 의해 그렇게 사고팔면 되니까.
그러다가 새해가 왔다. 이제 내 뇌리 속에 버스옆구리의 그 광고와 사각형 일러스트는 그저 잔영으로 남아 있다. 1월에 알라딘 서핑을 하다가 문득 발견한 사각형의 이 남자. 앗! 그 버스 옆구리!!!
최근 <라라피포>를 너무나도 재미나게 읽은 터라 무심코 1권을 신청했다. 그리고 풀지도 않은 알라딘 책박스를 방 한 켠에 밀어뒀다. 그 박스에 어떤 책들이 들어있는지 알 바 아니라는 심정으로. 그리고 오늘 아침.
그 박스를 풀었다. 알라딘 머그컵이 나온다. 스콧니어링 자서전도 나오고 암튼 책이 제법 들어있는 눈치로 보아 1월 어느날 미친 적하고 지른 것은 분명하다. 출근길에 이 책을 들고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다. 정말로 추호의 거짓말도 보태지 않고 아무 일도 못하고 이 책만 읽었다. 지금 시간 2시 40분. 약 다섯 시간만에 1권을 다 읽었다. 아~~~ 오늘 할 일이 태산처럼 쌓여 있는데... 오늘 야근은 따 논 당상이다.
이 책은 철저히 지로의 관점에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책을 읽으면서 내내 지로 아버지 이치로의 관점에서 어머니 사쿠라의 관점에서 아키라 아저씨의 관점에서 심지어 여동생 모모코의 관점에서 구석구석을 읽어내려 한 의심많던 모습이 발견된다.
철저히 12살 초등학생 지로의 관점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인생과 연민, 아키라 아저씨의 무모하지만 거침없는 자존감과 약속, 신념에 대한 치명적 자유의지를 읽어야 남쪽으로 튈 생각이 도질 것이란 생각이 든다.
2권은 야근 뒤 근처 서점에서 사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