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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을 위하여 ㅣ 생각쑥쑥문고 3
실비아 태케마 지음, 하연희 옮김, 오승민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14년 3월
평점 :
"출발 총성이 울리기 직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그 몇초도 싫고,
출발 직후 좋은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팔꿈치로 서로를
찍어 댈 때도 싫다.
길게 자란 풀이 발목을 휘감고, 나뭇가지가 머리를
쓸고 지나가고,
진흙이 신발이며 다리에 튄다. 숨이 차오르면서
명치끝이 아프고 머리가 지끈댄다.
다리근육은 당장 주저않으라고 소리를 질러 대는 것
같다.
오르막길은 고통스럽고, 평평한 길은 지루하다.
걸핏하면 나타나는 돌부리에 발가락을 짓찧는다.
한달음에 뛰어넘기에 너무 넣은 시내를 만나면
도리없이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양말과
신발이 물을 머금어서
움직일때마다 질퍽거린다.
더 달리기는 싫었지만, 지금와서 그만들 수는
없었다.
오늘만은 무슨일이 있어도 스펜서 솔로몬을 꺾기로
마음먹었으니까. "
주인공 제이크는 크로스컨트리(경기장 트랙이 아닌
숲이나 들판, 도로등을 달리는 장거리 경기) 선수랍니다.
영원한 2등일 것만 같은 제이크는 최고의
라이벌이었던 스펜서의 경기불참으로 경기에서 1등을 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가나지요.
"달리고 싶어서 달려야지, 달리는게 좋아서 달리다보면 우승은 저절로 찾아오게 돼 있어"
코치님이 했던 말을 내내 곱씹어보는 제이크...
달리기를 그토록 좋아하던 제이크였는데...
왜 즐기지 못하는 경기를 하고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되지요.
1등만을 위해 내달려오던 지난날,
마음을 열고 주위를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도 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날씨가 꽤 추웠지만, 안에서부터 뭔가 따뜻한 느낌이 퍼졌다.
제이크는 윗도리 지퍼를 끝까지 채우고 모자를 단단히 눌러쓴 뒤 가볍게 뛰기
시작했다.
뛰면서 주변도 살폈다. 나뭇잎은 다 떨어졌구나,
여기저기 쌓여 있는 나뭇잎 더미에서 특유의 냄새가 풍겼다.
길가에서 아이들이 하키를 하며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가로등이 길을 환히 비추고, 집 창문마다 불빛이 노랗게
비친다"
1등을 향한 제이크의 집념, 새로운
코치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들로
2등도 받아들이며 이제는 달리기를 즐길 줄 아는
아이로 변해가는 성장이야기~
달려도 더이상 행복하지 않은 제이크를 보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되었어요.
1등... 무엇이 1등을 그토록 원하게 하는
것인지를 말이지요.
"우승하고 싶지 않나? 코치 선생님이 경기 전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최선을 다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부족했다.
그만큼 절실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저절로 따라온다던 승리는 대체 어디로 갔는가..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으려니 코치 선생님이 코스 곳곳에서 불쑥 등장해 전력을 다하라는
격려를 던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물론 팀원 전체에게 보내는 격려였을 것이다.
결승선을 향해 죽어라 달리던 샘, 초반에 너무 빨리 달리다 중간에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폴,
부사을 당하고도 포기하지 않은 숀, 팀원중 꼴찌라는 압박을 이겨 내고 완주한 토니,
그러다가 오늘 달리며 느꼈던 자유로움에 생각이 닿았다.
뭔가 깨달음이 왔다. 모두 진정으로 노력을 쏟아부었구나,
멋진 경기를 펼쳤구나, 최고는 아니었을지라도 최선을 다했구나.. 그러면 됐다.."
딸아이가 다음주에 달리기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꼴찌할걸 왜 달리는지 모르겠다며, 투정을 부린 기억이 나네요.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그런 감성들이 아이 스스로를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이크를 통해 지금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 달리고 싶어서 달린다는 사실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