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오래된 집 - 근대건축에 깃든 우리 이야기
최예선 지음 / 샘터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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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오래된 건축물을 소개하는 이 책은, 그 집의 형태와 가치 대신 그 집의 역사를 말하고 있다.

또, 그러면서 자연적으로 누군가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역사란 결국, 누군가의 삶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 지는 것이니 그런 흐름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 않을까.

우리의 옛 집, 한옥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저 한옥으로 이루어진 어느 공간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하며 우리 한옥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조용히 말해준다.

우리나라의 문화가 가진 특유의 고요함. 그리고 따뜻함. 그런 것을 가진 우리나라의 옛집에 관한 이야기들.

그리고 그런 우리의 한옥을 시대와 접목시키려던 노력들을.

책을 읽으며 최근 다녀온 외암마을이 떠올랐고, 또 꽤나 오래 전 충무로에서 일하던 시절. 점심시간에 잠시 오른곤 했던 한옥마을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 한옥이 대부분 ㄱ,ㄴ,ㄷ,ㅁ자 형태라는 것도 이 책을 보며 새삼 깨달고, 역시 우리 한글이 최고라는 생각을 살짝 했다.^^;

A B C자 집은 별로 안예쁘지 않은가.

정말 한글은 형태마저 예쁘구나^^;;;

그렇게 가볍고 달가운 마음을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건물의 역사를 읽으며 점차 씁쓸해지지고 하고, 또 내 일도 아니건만, 마치 내 일마냥 자랑스러워지기도 한다.

하나의 건물이 가진 이야기 속에서 읽을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들.

그리고 그 오래되고 낡은 길모퉁이 집을 지키고 복원하기 위한 누군가의 노력들.

또, 책을 읽다보면 집에 대해 정의하는 글들이 있었는데 그 문장들은 내게 꽤나 깊이 박혀왔다.

집은 삶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한 사람의 일상과 내면, 마음씀과 소중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말이다.


이 문장을 읽고나서 문득 내가 사는 집을 살펴봤다. 나는 정리에는 잼병이라, 물건이 항상 뒤죽박죽 인 경우가 많아서 그나마 시엄마가 깔끔하고 소중히 키운 아들이 열심히 쓸고 닦고 정리해서 간신히 살고 있는 느낌인데, 생각해보면 내 삶역시 조금은, 아니. 아주 많이 뒤죽박죽으로 이루어져 있고, 또 내 남편은 상당히 깔끔한 성격이 묵직한 사람이라, 그리 방황하는 일 없이, 또 묵묵히 살아왔다.

그렇게 생각하며 지인들의 집도 떠올려 보니, 과연. 그 사람의 외형이나 성격은 꾸밀 수 있지만, 그들의 집은 각자의 삶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나는 내 어린 시절에 살던, 낡고 후미진 골목에 있던 집이 생각났다.

딱 길가에 그저 문하나가 붙어있는, 그런 낡고 낡은 집.

사실 이 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집들은 좀 더 의미있고, 좀 더 중후하며, 좀 더 옛스러운. 그런 집들임에도 고작 짧은 문장하나로

누군가에게 향수를 잃으키다니, 글의 힘이란 얼마나 대단한가.

그리고 이 책을 펴서 읽기 시작하면서는 기행에 대한 에세이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또 중반쯤 읽었을 때는 나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우리의 무기력한, 그리고 잔혹한 시대가 떠올랐다.

원치 않더라도 우리의 역사에 묻어난 비참한 시대는 결국 지금까지도, 어떤 이야기에, 어떤 문화에 어떤 형태로든 묻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또 그런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 책은 한 꼭지마다 다른 건물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호흡이 길지 않으면서도 짧은 시간동안 흥미롭게 '그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도 짬짬히 읽기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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