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항 르포르타주 - 이황 기자의 공항 취재 40년
이황 지음 / 북퀘스트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내용]
분량 - 도서정보를 자세히 보면 200페이지가 안되는 분량에 30여개의 소제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소제목 숫자를 보고 내용에 대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적은 지면 안에 많은 내용을 쓴다는게 쉽지가 않죠.
그런데 이 책은 역시 기자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한 줄 한 글자가 버릴 것이 없이 정보가 꽉꽉 들어차 있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인데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읽다 보니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내용당 할애된 페이지가 짧아서 걱정이 된다는 분이 있으시다면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40년 취재의 관록을 보여주듯 글자 하나하나 내용이 꽉 들어차 있습니다.
-
내용 - 소제목에도 나와 있습니다만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해외 파견 근로자들이 사망해서 돌아올 때의 이야기인데요.
(전략)
그런데 그들의 모습에서 꽤 의아한 사실을 발견했다. 어떨 때는 그들의 관이 형편에 맞지 않게 상당히 비싼 제품이었던 것이다. 대부분 생계형 근로자였던 사람들이 그렇게 비싼 관에 옮겨져 온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가는 사람이니 비싼 관을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넘기기도 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내막을 알게 된 후 기가 막혔던 적이 있었다. 그들의 비싼 관은 가족이나 자신이 남긴 돈으로 마련한 관이 아니라 장의업자들이 밀수를 하기 위한 관이었던 것이다. 비싼 관에 실려 온 시신들은 고국에 도착하자마자 값싼 관으로 옮겨졌고, 그 비싼 관은 부잣집에 팔려 나갔다. 돈이 없어서 가난했던 한국인들, 때로는 그들의 죽음마저도 돈을 위해, 그리고 부자들을 위해 이용되어야 했던 것이다. 중동 건설의 붐으로 인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렇게 슬픈 일들이 종종 생기곤 했었다.
아마 아시는 분은 아는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적어도 젊은 분들 중에서 이런 이야기를 아는 분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항이 처음 열리고 규모가 점점 커져가던 그 시절, 그 순간 공항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었던 그런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거기에 위에서도 한번 얘기했듯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건 저자분께서 기자셨기 때문에 하실 수 있는 서술이 아닌가 합니다. 문장이 일견 딱딱해 보이면서도 오랫동안 함께 해온 곳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속 강조하지만 서술이 정말 잘 되어있는 편입니다. 일반적인 정보 서적마냥 백과사전 붙여넣기하듯 단순히 정보의 나열만 한 것이 아니라, 정말 듣기 힘든 귀중한 이야기들을 간결한 필체로 책 안에 가득 채워넣고 있습니다. 내용이 정말 진국입니다.
-
[디자인과 편집, 가격 등]
디자인 - 일단 시선을 잡아끄는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의 서술 의도나 작자분과도 어울린다고 생각하구요. 개인적으로는 신문 형태로 할 거였으면 조금 더 예전 신문의 형태로 하는게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제목을 검은 칸에 흰 글씨 국한문 혼용으로 세로쓰기한다던지 그렇게요.
편집 - 편집은 무난합니다. 특이점이라고 할 건 사진이 전부 흑백입니다. 일부 사진은 칼라 사진으로 할 수도 있는데 굳이 흑백으로 한 점은 아마 그당시 분위기를 내기 위한 게 아닐까 하는데,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게 마음에 듭니다.
-
리뷰를 마치며 - 정말 오랜만에 좋은 '책' 을 읽었습니다. 정보면 정보, 그당시의 분위기면 분위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등 어떤 것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는 좋은 책입니다. 공항이라는 곳에 관심을 가졌다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