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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뿌리
조세희 지음 / 열화당 / 1985년 9월
평점 :
품절
가난을 주제로 한 책 대부분이 가난 ,궁핍한 이웃들의 현실적인 생활고(生活苦), 살아가는 일상적인 것을 다루어 감동을 끌어내는데 주력한다고 볼 때, 이 책은 침묵의 뿌리, 즉 가난과 소외 고달픈 7,80년대 사회의 뿌리, 그 근본의 문제를 보여주는 책임을 2번을 꼼꼼히 읽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 힘들고 고된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처지를 무의식 중에서 오히려 운명으로 돌리고, 많이 가진 자 배운 자를 동경하며 자신을 비하시키는. 아니, 그렇게 라도 해야만 일을 해야 먹고살게 만들어진 구조의 억울한 세상. . 천진하고 맑은 눈동자의 아이와, 옹기종기 초라한 단칸방과, 탄광의 검정이 온통 새까맣게 묻은 피곤한 노동자들의 생생한 사진들. 그리고 고달프고 뭉클한 삶의 메시지, 우리 모두 죄짓는 이 시대의 알리바이는 나의 인식과 상식을 뒤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하고 있었다. '우리의 '비 동시대적 세계'에 주저앉아 현대의 우리 통신매체가 묵살하는 소식을 구식 수단을 이용해 띄우기로 했다. 나의 구식 통신에 귀기울여 달라!! '
이 글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에 했던 '육 남매' 라는 TV드라마가 생각났다. 그 드라마의 배경은 우리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때 이야기, 그러니까 전쟁 후에 모두가 어려웠던 60년대 중반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똑사세요~똑사세요~' 남편을 잃고 떡장수를 하며 근근히 육 남매를 키우는 홀어머니의 모습과 어려운 생활 환경 속에서도 재밌고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 오빠와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위해 기꺼이 공부를 포기하고 공장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맏언니의 모습은 진정한 가족 애(愛)가 무엇인지 느끼게 해줬다.
강원도 탄광마을 사북. 그 곳은 지금 카지노가 되어 으리으리한 자가용, 심지어는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수 백 만원쯤은 그야말로 '껌 값' 취급하는 곳. 돈이 남아도는 사람들 혹은 호기심과 한탕주의, 대박을 꿈꾸는 중산층들의 도박장이 되어버린 곳이다. 물론 그 반면에 재산을 순식간에 모두 날리고 오도 가지도 못하고 복도에서 서성이는 폐인들을 만들어 내는 그 곳, 폐광된 가난한 노동자들의 마을 위에 세워진 강원도 정선 카지노.
어쩌면 사북은 원래부터 도박장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생에 무너져본 사람들이 다시 살아보려고 흘러드는 곳...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숨막히는 탄광 안의 어둠처럼 암울했던 그들의 인생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 힘을 다해 발버둥치는 그런 곳...... 나는 사북에 대해 그렇게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