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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9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 / 202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 인생의 따뜻함부터 헛헛함까지
추운 겨울, 따뜻함이 필요했던 나에게 헛헛함까지 주고 간 책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중학생 소녀 하나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이 떠올라 공감이 되기도 했고,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짠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초반에 생기는 여러 이야기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들은 아무래도 이웃 간의 정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하나미가 친구 사치코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이웃 아주머니께서 정성스럽게 키운 금잔화를 선물로 챙겨주시는 모습과 집 앞에 쓰러져 있는 겐토에게 그저 밥을 챙겨주고, 아끼던 아이스크림을 나누는 모습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나는 직접적 조언이 아닌 간접적 위로라 더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그 따뜻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헛헛함으로 가득 찼다. 겐토와 친구의 우정, 엄마와 할머니의 갈등, 신야와 가족의 가족애 심지어 선생님과 형의 우애까지도... 하지만 그 안에도 따뜻함은 미약하나마 존재했다. 겐토의 이야기에는 차디찬 겨울바람 부는 날, 가지 많은 나무처럼 불안했지만, 시멘트 바른 벽돌처럼 견고하기도 한 우정을 보여주었고, 엄마의 이야기에는 과거에 학대를 통해 상처받았지만, 반성하려는 할머니의 마음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포용하려는 가족애가 있었다. 신야도 선생님도 헛헛함 속 따뜻함은 분명히 존재했다.
따뜻함과 헛헛함이 공존하는 이 이야기가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안에서 나도 볼 수 있었고, 우리 엄마, 아빠도 볼 수 있었으며 내 친구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사실적인 모습에 조금 씁쓸한 웃음을 짓기도 했다. 포장지 속에 실밥이 나온 목도리나 조금 구겨진 책이 있더라도 그냥 선물은 그 자체로 의미 있고 기분 좋은 것처럼 아마 인생 역시 그렇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