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다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잠수사가 있었다.

그는 말했다. 더이상 재난현장에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요라고.

뭔가 믿을 수 있는 류의 사람이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사람들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몸을 사려가며 뒷걸음질 칠 때, 그는 앞서나가 몸이 축나는 것을 마다하며

평생하지 않았던 조건에서도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갔던 사람이었고

이건 아니다 느낄 때 용기있게 한 발 앞서 그들의 선장을 위해 달음질한 사람이었다.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 보았던 그의 활발한 활동들이 생각났다.

그의 인터뷰들이라거나 방송에서 비치는 모습, 박주민 국회의원의 기사를 자청하던 모습,

불쾌한 일을 겪으시기도 하고 그럼에도 대리기사 활동을 하시면서 유가족분들과 함께하시던 모습들.

호감가는 다혈질의 바다사나이!라고 할까~ 그런 인상으로 각인된 민간잠수사분들 중 한 분.


이 책은 그의 관점에서 씌어졌다.

그들의 캡틴이며 살아있는 전설이던 형님이 맹골수도에서 목숨을 걸고 수습에 임하는 민간잠수사들이 보다 원활히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facilitator로 활동하셨던 분이 

자신들은 죽었다 깨나도 할 수 없는 것들을 해가며 벌어진 재난을 최전선에서 수습한 죄로

자신들이 사실상 행한 과실치사를 거꾸로 뒤집어 쓰게 되셨을 때- 

그저 발만 NDA(non disclosure agreement)를 썼다는 이유로 그저 잠잠히만 있지 않고

나서서 증언하신 바로 그 분의 시점에서 씌어진 탄원서의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제는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촛불시민들에게도 어느새 우선순위가 되지 않게된 5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며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갖은 수를 써서 구조를 권위를 이용하여 방해했던 사람은 그 자리에서 탄핵되었고, 사람이 먼저라는 세월호 광장에서 단식까지 하셨던 분이 대통령으로 우리 앞에 서게 되시었고, 오랫동안 물속에 있던 거대한 304명을 짚어삼킨 그 공간도 그녀가 끌려내려간 이후 너무도 신속하게 뭍으로 올라왔다. 아이들을 잃은 남겨진 사람들은 결코 되돌아 올 수 없는 몸까지도 찾지 못한 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오열조차 하지 못했고 그렇게 표현되지 못한 채 삼킨 슬픔은 적절히 다루어질 기회를 잃은 채 마음의 멍으로 자리하고 말터였다. 


국민을 300명 넘게 집어삼키고도 그 일이 추호라도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하는 노력들은 개인이나 시민사회 차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의 규모에서는 제대로 뭔가가 정착되지는 않았고, 이를 위한 진상규명도 하릴없이 시간만 잡아먹고 있는 참사 후 5년이나 지난 대한민국은 그저 뭐 하나 시원스레 나아가는 맛 없이 귀중한 기회를 딛고 다시 더욱 탄탄해지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채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그래도 그런 일이 영영 그저 소모되고 마는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마음을 가진 한 철저한 작가에 의해 기록되고 그렇게 그 일을 마음한 켠에 담아둔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슬프고 놀라고 분노하고 행동했던.. 당시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그건 아무리 자타공인 연기귀신들이 영화라는 제의를 통해 일종의 문화를 통한 사회적 제사를 지내려는 간단한 시도만으로는 결코 해소될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고, 그래서 5주년을 거짐 맞춰 개봉한 그 영화도 사실 볼 마음이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는데,


살아야겠다도 인상적으로 보았어서 연이어 김탁환 작가님의 또다른 사회파 소설을 내친김에 또 보았다. 당시 여기 많은 글들도 쓰고 뉴스도 요약하고 나름 알린다고도 했었지마는, 이런 글이 바로 오래타오르는, 기꺼이 그 렌즈를 끼고 그가 안내해주는 세계를 조우하고 싶은 그런 글이란 바로 이런 것이네!라는 생각이 절로 든 고개가 숙여지는 글. 저도 한 수, 아니 여러 수 배우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다면 말입니다. 기록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