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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헝클어진 빨간색기운이 도는 노랑머리.
청바지와 보라색기운이 돌고, 여기저기 헤진 파란색 스웨터를 입은 작은 소녀.
그 소녀의 이름은 그레이스.
그레이스가 연립주택의 계단에 앉아 있다.
왜 일까?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이 있는 이 연립주택의 1층에 사는 빌리 아저씨는 그레이스가 왜 저렇게 하루에도 여러 시간씩 매일같이 밖에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
매우 위험한데 말이다.
그래서 물어본다.
너는 왜 위험한데 밖에서 오래도록 앉아있는 거니?
집에서 있지 않고. 열쇠가 없니?
아니에요. 열쇠는 있어요.
그런데 왜?
집에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까요.
그레이스의 엄마는 약물중독자여서 거의 하루 종일 약에 취해서 잠을 잔다.
아이를 잘 돌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험에 방치하고 있다.
빌리 아저씨는 자기 집 문밖에 나가보지 못한지 어언 10년이 더 지났을 정도로 심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안타까워서 공포와 싸우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된다.
이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지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잘못하면 그레이스가 카운티에 의해서 보호조치가 되어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레이스의 제안으로 여러 사람이 각자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그레이스를 돕기로 결의한다.
빌리 아저씨는 그레이스의 고양이를 키우면서 탭댄스를 비롯한 춤을 가르쳐주고, 또 다른 아저씨는 학교가 끝나면 그레이스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또 어떤 언니는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주고 밤에는 같이 지내고, 어떤 할머니는 그레이스에게 멋진 옷을 만들어 주고......
이런 식으로 그레이스를 돕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각각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보다 올바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고 조금씩이나마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력하게 된다. 원래는 그레이스를 돕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사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 인간들은 모두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이 우리들 문제 많은 인간 군상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사람은 문제가 있지만 서로서로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서로서로 위하고 사는 것은 곧 자신에 대한 구원의 길이 아니겠는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모든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살았지만, 나중에 보니 꼭 그것만이 문제의 원인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힌맨 할머니의 고백은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말씀일 것이다.
400여 쪽에 이르는 장편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작가 특유의 해학과 유머가 있으며, 잔잔한 감동 속에 이야기는 이어진다.
복잡하고 난해한 이론을 들먹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소설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