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환과 필사하기 세트 - 전2권 (쓰고 읽는 필사본 + 시집) - 선시집 - 목마와 숙녀 시인의 필사 향연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조정래의 장편소설 시리즈(아리랑, 태백산맥, 한강)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그 책의 서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조정래 작가의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작품을 그대로 원고지에 필사를 해보았는데 그 고단함과 어려움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장편소설 10 여권을 읽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릴 텐 데 하물며 손으로 써내려 간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인가. 그 며느리는 작가인 시아버지가 저렇게 힘들게 글을 쓰셨구나 하면서 그 힘든 여정의 일부분이라도 느껴 보려했다고 한 내용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이 난다.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써본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그 작가의 심정으로 자신을 동화시켜 적어도 필사하는 그 시간만큼은 그 작가가 되어보는 하나의 퍼포먼스일 것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나 한결같이 그들의 작품을 집필하면서 얼마나 많은 고뇌와 어려움이 있었겠는가. 그러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그들의 작품을 손으로 써볼 일이다.

“시를 써보면 시인이 된다.”

필사란 타인의 마음, 생각, 감정 등을 따라 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내는 방법이다.(책 중에서)

이 책은 시인의 작품집을 독자가 손으로 써보면서 시인의 마음을 느껴 볼 수 있도록 두 권으로 나누어 한권은 시집을, 그리고 다른 한권은 독자가 직접 손 글씨로 시를 써볼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는 필사용 책으로 되어 있다. 필사용 책은 제본을 일반적인 책처럼 하지 않고 어떤 페이지를 펼치게 되면 손 글씨를 쓰는 데 지장이 전혀 없도록 마치 공책처럼 되어있다. 처음에 책을 보면 혹시 제본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제본을 일부러 그리했다고 설명하고 있어서 곧 납득이 된다.

박인환.

하도 유명한 시인이라 그의 시 한 두 편 정도는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자세하게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그가 만으로 30세도 채 되기 전에 요절을 했다는 것이었다.

가인박명이라 했던가.

더 오래 살면서 좋은 작품을 더 많이 남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목마와 숙녀] 등 여러 편의 시를 직접 써보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아주 잠시나마 어쩐지 내가 시인이 된 것 같은 어렴풋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냥 시집을 사서 시를 아무데나 써보면 되지 않을까?

맞다.

그러면 된다.

그러나 생각처럼 간단히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런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나 싶다.

각박하고 나날이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잠시나마 현실을 떠나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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