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내가 요즘 눈물이 좀 많아졌나?

나 자신에게 되묻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이야기의 전개라고 생각했고, 점점 읽으면서 뭔지 알 수 없는 따스함에 빠져들었고, 나중에는 눈물 콧물 다 빼는 격정적인 감동의 폭풍 속에 갇혀버렸다.

 

 

컴퓨터가 뭔지도 잘 모르는 초로의 남자 오베.

괜히 좌충우돌하는 뭔가 모난 성격으로 보이는 거친 남자 오베.

시시콜콜 동네방네 모든 일을 매일같이 간섭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 오베.

 

 

어린 시절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홀로 살아왔던 소년 오베는 어느 날 평생에 단 하나뿐인 사랑하는 여인 소냐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소냐의 사랑을 얻기 위해 했던 작은 거짓말을 고백하였으나, 소냐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고 하면서 오히려 그를 응원한다. 철도회사의 청소부로 일하는 그에게서 어떤 가능성을 발견한 그녀는 그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그는 사랑했으므로 도전했고 성취했다.

 

 

둘의 사랑은 마치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 아름답고 따스한 것이었다.

아내의 임신. 그리고 이어진 스페인에서의 버스사고로 아이를 잃고 하반신 마비가 된 아내 소냐. “혹시 모르니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라”는 의료진의 말에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면서 다 뒤집어엎어 버리는 사나이 오베.

 

그러나 절망을 딛고 환히 웃으며 오히려 오베를 위로하는 소냐. 그렇게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면서 살아온 행복한 나날들.

그러던 어느 날 암에 걸린 소냐가 오베의 곁을 떠나고 6개월.

이날부터 오베는 자살을 시도한다.

 

수차례에 걸쳐 다종다양한 방법의 자살시도는 번번이 어떤 상황의 발생으로 인하여 무산되고, 오베는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오베는 단지 소냐가 없는 세상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녀의 곁으로 가고 싶을 뿐이다.

 

 

본문 450쪽의 이 장편소설은 총 3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오베와 과거의 오베를 오가면서 오베의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동네주민들과의 수많은 일들. 그 속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인지,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가 여기저기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사랑은 돌고 돌아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오베가 소냐에게 그러했듯, 파르바네가 오베에게 그러했듯.

 

 

사실 이 소설은 참 재미가 있다.

어떤 상황을 묘사하는 탁월한 표현력은 “아~~!” 하고 절로 감탄사가 나오게 하곤 했는데, 소설의 전편에 걸쳐 수많은 독특한, 그리고 어떻게 생각을 하면 저런 표현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하고 경이롭기 까지 한 문장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이와 같은 문장들이다.

 

1. 주택은 공정했다. 사람보다 나았다.(129쪽)

2. 만약 그가 어린이 살해범 자격을 새로 취득한 채 저세상에 도착할 경우 오베의 아내는 엄청난 양의 잔소리를 끓여 부을 것이다.(177쪽)

3. 그녀가 깔깔거리고 웃는 걸 듣고 샴페인 거품이 웃을 줄 안다면 저런 소리가 날 거라고 오베는 생각했다. (179쪽)

 

그 외에도 엄청 많지만 지면관계상 아쉽지만 생략한다.)

 

 

이 작품의 탁월함은 비단 이러한 독특하고도 신비롭기 까지 한 표현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이야기의 내용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스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3살짜리 꼬마와 털 빠진 고양이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우리네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들인 것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위대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 지 명확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사랑이다.

 

 

(사족)

만일 나에게 노벨문학상의 추천권한이 있다면, 주저 없이 [오베라는 남자]를 추천할 것이다.

원문을 읽어보지는 못했으나(사실 스웨덴어를 모르니 읽을 수도 없어 소용도 없지만), 소냐가 스페인에 여행가서 스페인어로 된 책을 잔뜩 샀던 이유처럼, 나도 스웨덴어로 된 [오베라는 남자]를 사고 싶어졌다.

뿐만 아니라 참으로 맛깔나게 우리말로 번역을 해준 역자께도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이 좋은 작품을 우리의 품에 안겨준 출판사와 관계자 여러분께도 물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