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의 편지 - 늪이 된 사진가가 보내는
정봉채 지음 / 몽트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우포의 편지]를 읽고......

 

다들 잘 알다시피 [우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생태늪지이다. 람사르협약에서도 전세계가
함께 보호해야 한다고 합의하였다. 바로 그 [우포]에서 생활하면서 사진을 찍는 이가 바로
이 책의 작가이다.

 

대학시절에 자신과는 맞지않는 전공에 회의를 느끼고 사진동아리활동을 열심히 하였던 작가.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와의 갈등은
작가의 대학시절을 약간 불행하게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자상하신 모습으로 "바람이나
쐬러가자"며 작가를 데리고 나가서, 한달 월급이 넘는 비싼 사진기를 선물해주신  아버지.
이로인해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과 서먹함을 날려버리게 되고, 더욱 열심히 사진작업에 몰두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한 작가는 미국의 IBM연수를 앞두고 삶의 이정표를 새로
쓰는 결정을 한다. 좀 더 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며 살기를 원해서 회사를 그만 두고 고향으로
내려가 선생님으로 교편을 잡게 된다.
약 10여년간 작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선물하는 데, 학생들의 진심어린
환호와 감사의 웃음에 크나큰 행복을 느낀다.

이 후, 좀더 자신을 추스리고 채찍질하는 의미로 우포 근처로 이사를 하고, 우포와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에는 우포에 사는 다종다양한 동식물들(고라니, 딱따구리, 버드나무 등) 뿐만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늪의 모양과 안개, 구름, 태양, 달 등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세밀하게
사진으로 보여준다.
또하나 이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커다란 감동은 우포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우포에서 작은 배를 타고 물고기를 낚는 어부의 이야기, 그 어부의 부인 이야기, 우포의
지킴이 이야기 등등.

 

작가는 40년 사진작가 생활중 15년을 우포에서 지냈는 데, 우포의 습기로 인해 만성습진에
걸렸고, 하루에도 수천번씩 누르는 셔터 때문에 오른팔에 관절염이 걸릴 정도로 몸에 병을
가지게 되었는 데도 불구하고, 우포에 대한 사랑은 가히 아무 댓가없는 절대적인 사랑에
가까울 정도이다.

"통증으로, 가려움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나는 내 병의 근원인 늪가로 나간다.
나는 이 곳의 나무를, 안개를, 물을, 새들을 사랑한다. 사랑하는 만큼 내 몸은 병들어 간다.
(중략) 언젠가...버드나무처럼 큰병을 얻어쓰러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날이 오기까지
늪이 준 내 병을 사랑하기로 했다. 사랑한 만큼 깊어가는 병이 어디 상사병뿐이겠는가."(211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조금만 주고 견딜만큼만 사랑했습니다
천년의 사랑이 흐르는 이 곳에 백설이 내렸습니다
나의 부끄럼움과 비겁을 덮고
이 곳은 온통
하얀 순결의 세상이 되었습니다"(270쪽)

 

이 책의 272~273쪽은 책의 표지에 나온 사진이 실려있는 데, 바로 이것이 윗글의 의미를
나타내는 듯 보인다.


우리네 인생들의 가벼움과 비겁함 조차 모두 하얗게 덮어주는 넉넉한 우포.

바쁜 현대인의 삶이다.
돈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도대체 무엇이 인생인지 알 수 없는 우리네 삶.

"나는 무엇으로 살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에 "과감히 교직에 사표를 던졌"던 작가(265쪽)
 처럼 한 번쯤은 우리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우포의 편지]
아픈 우리네 인생에 치유의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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