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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나답게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13
김향이 지음, 김종도 그림 / 사계절 / 199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엄마 없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눈물부터 흐른다. 내 아이를 낳고부터 생긴 증세이다. 엄마가 어려서 돌아가신 아이, 엄마가 아빠와 이혼해서 같이 못사는 아이, 엄마에게서 버림 받은 아이… 모두 가엾고 측은해서 언제나 그들의 이야기는 내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그냥 가슴 아파하는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눈물 콧물이 분수처럼 솟는다. ‘내 이름은 나답게’도 눈물 콧물 수돗물처럼 흘리며 읽었다.
나답게는 다리를 저는 화가 아버지와, 할머니, 할아버지랑 함께 산다. 엄마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다리를 절게 된 것도 같은 사고 때문이다. 할머니가 어머니 몫을 도맡아 하시는 그 집에서 답게는 초등학교 이학년 아이답게 아주 개구지면서도 한편 자신의 실수로 (음주 운전) 아내를 잃은 아빠의 후회도 달래주고 싶어하는 의젓한 아이이다.
집수리 때문에 두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온 고모 덕에 답게는 졸지에 형, 누나가 생겨 또래 놀이를 즐길 기회를 얻는다. 그들이 엮어가는 몇가지 에피소드를 통해서 엄마를 잃은 답게의 슬픔을 헤아리는 친척들의 넉넉한 사랑을 볼 수 있어서 가슴이 훈훈했다.
이 책은 엄마 잃은 아이의 애잔함만을 다루지 않았다. 물론 갑자기 엄마를 잃어 불안해진 어린 답게가 하도 아빠꽁무니만 따라 다녀서 별명이 지남철이 된거며, 아기를 잃고 실성한 동네 거지를 따라다니면서 엄마를 연상하는 거며 애처러운 모습이 장면 장면 여러 번 묘사되긴 했지만, 중간 중간 어린이다운 우스운 에피소드가 삽입되면서 폭소를 터뜨리게 한다. 눈물 콧물 매달고 낄낄낄낄 웃고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오랜만에 감동과 폭소가 함께하는 글을 읽은 뿌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