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살아가야만 한다. 아직 어린애인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응석만 부리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제부터 세상과 싸워 나가야만 한다. 아아, 어머니처럼 남들과 싸우지 않고 미워하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고 아름답고 슬프게 생애를 마감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어머니가 마지막이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죽어 가는 사람은 아름답다. 산다는 것. 살아남는다는 것. 그건 몹시 추하고 피비린내 나는, 추접스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새끼를 배고 구멍을파는 뱀의 모습을, 나는 다다미 위에서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내가 끝내 단념하지 못하는 게 있다. 천박해 보인들 상관없어.
나는 살아남아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해 세상과 싸워 나가련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신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나의 로맨티시즘과 감상 따위는 점차 사라지고 어쩐지 나 자신이 방심할 수 없는 교활한 생물로 변해 가는 기분이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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