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보게 해주세요 -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
김보영 외 지음 / 요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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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던 사람이면 눈을 뗼 수 없는 좋은 작품들이 한가득이다. 애잔하고, 조금은 기쁘고 조금은 슬프기도 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감정에 대한 마음이 가득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멋진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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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장강명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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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주변에 놓았을 때, 사람들이 책 제목을 보고 보인 반응은 ‘재밌겠다’ 였다. 그리고 ‘우리 나라 배경의 (대부분 현재) 슈퍼히어로 단편집이야’라고 했을 때는 대부분 반신반의하는 표정이었다.

예전에는 ‘슈퍼히어로물’이라고 하면 ‘슈퍼맨’으로 대표되는 캐릭터로 어느 정도의 인지도는 있으나 허무맹랑하며 익숙하지 않은 거대한 스케일에 다소 이질적이고 유치한 장르였으나, 최근에는 DC와 마블 코믹스 기반의 영화들로 굉장히 친숙한 장르가 되었다. 다만 친숙해지는 과정 속에서 ‘슈퍼히어로물’ 이라고 하면 여전히 장르 이름(?)도 영어에서 유래한 것처럼, 외국 중심의, 그나마도 현실을 반영한 가상 공간에서, 비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oo맨’, ‘oo우먼’ 등의 이름이 붙는 히어로와 악당의 싸움이 주를 이루는 일종의 이세계물로 자리잡아 버린 감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슈퍼히어로물’이란 ‘슈퍼히어로’, 즉 비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만 등장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사실 이 장르는 그다지 우리에게 어색한 장르가 아니다. 우리에게도 이미 ‘홍길동’, ‘전우치’같은 비현실적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가 고전에서부터 등장해 왔다. 모 광고 카피를 응용해 보자면, ‘슈퍼히어로도 우리 민족이었어’. 애초에 외국에서만 존재하던 장르는 아닌 것이다.

‘귀신들 어디서 뭐하나, 저 사람들 안 잡아가고.’ ‘홍길동’, ‘전우치’ 같은 국내 고전에서의 슈퍼히어로는 이 익숙한 고전 문장에서 ‘귀신들’의 자리를 대체한다. 현실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제지만, 개인적, 사회적 역량 탓에 해결하지 못하고 한만 쌓이는 문제들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는 존재로, 작품 내에서의 배경이나 문제 역시 이런 한을 보다 직설적으로 해소하고, 독자가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끔 현실을 은유하는 가상의 세계 대신 현실을 거의 그대로 반영한 세계를 가져다놓고 그 안에서 귀신 대신 슈퍼히어로가 뛰논다. 그리고 그 귀신들에게도 뒷이야기가 있듯이 슈퍼히어로에게도 각자의 삶이 있고, 호형호제하지 못하는 등 그 삶에도 애환이 있다. 이 역시도 가상 세계의 히어로들보다 다소 현실적이다. 이 것이 국내 고전에서의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이야기가 그대로 현대로 이어졌다. 그 것이 몇 년 전에 출간된 [이웃집 슈퍼 히어로]였고, 이 책의 적절한 성공(?)에 힘입어 같은 기획의 단편집이 이어서 최근 출간되었으니, 바로 이 책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다.

작가들의 면면도 여전히 화려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국내 장르 문학의 유명인(?)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전 단편집에 참여한 이수현, 듀나, dcdc, 김보영 작가에 장강명, 임태운, 구병모, 곽재식 작가가 참여해서, 이전 단편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선보인다. 이전 단편집에도 참여했던 작가분들의 작품은 전 단편과 유사한 분위기, 혹은 연작의 구성을 보이는, 여전히 흥미로운 단편을 실었고, 새로운 작가분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새로 뽐내는 단편을 실었다. 덕분에 이 단편집은 전작과는 다르면서도 익숙한, 다양한 형태가 적절히 어우러진 흥미로운 구성이 되었다. 이수현님의 글은 여전히 따뜻하고, 듀나님은 여전히 글을 복잡하게 잘 쓰시며, dcdc님의 글은 여전히 신나고 드라마화 되었으면 인기 많을 것 같으며 김보영님의 글은 여전히 차분하고 묵직하다. 거기에 잘 읽히고 다소 웃기면서도 가볍지만은 않은 장강명님 글이라든가, 슈퍼히어로물에 기대하는 바를 현실 배경으로 거의 정확하게 짚은 것 같은 임태운님 글, 1인칭 시점의 히어로물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던 구병모님 글, 위에서 언급한 ‘고전 슈퍼히어로물’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 곽재식님의 글까지.

이렇게, 외국의 화려하고 낯선 슈퍼히어로와 크게 다를 것도 없지만, 보다 시원하고, 혹은 뼈아픈 주변의, 익숙한 모습이 오버랩되는 흥미로운 작품들이 실려있다. 작가분들의 개성도 충분히 드러나면서, 슈퍼히어로물이 주는 기본적인 쾌감 역시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단편집이었다. 전작을 읽은 사람들은 그 기대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전작을 읽지 않았던 사람들도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슈퍼히어로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조금 색다르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묘한 즐거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슈퍼히어로물에 그다지 취향이 없더라도 친숙한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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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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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죽음의 무도]라는 공포 작품 평론서에서 고전 공포 문학 작품들을 분류하고 찬양(?)했던 적이 있다. 메리 셸리, 브람 스토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크게 분류를 나누고 거기에 유령 분류를 따로 둔 후 여기서는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유령을 정의하면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욕구와 어쩌면 인간들 마음의 본질까지도 차용한다는 관념'이라고 언급한다.

이 내용을 언급한 이유는,  [리바이벌]은 스티븐 킹이 존경해 마지 않던 이런 공포 문학의 고전들을 그대로 불러모아 본인의 스타일로 오마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것은 책을 펴자마자 , 이 고전 호러 작가들을 고스란히 소환한 위엄있는 서문에서부터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의 간단한 소개에서 나오는, '전기', '목사' 라는 키워드, 그리고 '리바이벌(부활)'이라는 제목 정도면 어느 정도 어떤 이야기를 할 지는 감이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은 그다지 틀리지 않는다. 애초에 다른 스티븐 킹의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반전'이나 '놀라움'을 의도하고 이야기를 쓴 것 같지도 않다. 이야기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변화 유발자'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한다.

대신에 전반적으로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것은 유년기와 과거에 대한 향수와 그 안에 머금고 있다가 문득문득 떠오르는 두려움이다. 물론 이 소설의 서문에서 러브크래프트와 아서 매켄 역시 언급했고, 이 소설은 결국 코스믹 호러에 죽음과 끝에 대한 공포로 귀결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에 이어지던 것은 마치 유령 같은 마음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두렵고, 기이하고,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따뜻한 회상, 그리고 과거가 다르게 변주될 때 다가오는 불안함과 공포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스티븐 킹의 최고의 장기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안다.

그래서 이 소설의 시작과 끝에서는 '죽지 않는 것은 영원히 존재할 수 있으나 기묘한 영겁 속에서는 죽음마저도 죽으리라.'라는 러브크래프트의 글을 언급하면서 근원적 공포의 추로 기본적인 무게를 짚고 있지만 독자들에게 보다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런 무게있는 구절보다는 '겁에 질린 사람들은 자기 만의 감옥에서 살거든'같이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대화같이, 툭툭 던져지지만 잊혀지지 않는 삶의 편린들일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상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 그 위에서 반짝이는 스티븐 킹 특유의 과거에 대한 회상을 거치면서 성장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안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분위기, 그 위에서 간간히 들어가 있는 유머, 그리고 극단적으로 치달으며 달리는 이야기가 근사하게 섞여들어가 엄청난 흡입력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읽은 후 한동안 머금게 되는 핏빛 이미지와 아련한 향수라는 서비스까지 주는 이 이야기는 일종의 '스티븐 킹표 호러 선물세트'다. 그리고 그 선물은 당연히도 너무나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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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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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인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다. 어슴푸레 형체와 바랜 빛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차지하는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사성을 띄게 된다. 하지만 그 기억의 유사성은 그 시구간의 특이성도 한 몫 할 것이다. 한참 날카롭고 자아에 대한 생각이 강할 연령대와, 갑갑한 한국의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그 시절의 모습을 더욱 특이하게 만들었다. 이는 시간의 풍화작용으로도 뭉뚱그릴 수 없다.


그런 내용을 여러 좋은 작가분들께서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의 구간에 대해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책이 이 책이다. 이 중 아직 일부만 읽었고, 그 시간대 모두 나의 고등학교 시간대와는 다른 시간이었고, 나와는 다른 학생들이 그 이야기에서 살아 움직이고,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그 위에 겹쳐져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 시구간의 동질성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모순들이 눈에 박히고, 이 것들에 대해서 참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데, 어른들은 하나같이 '잠깐만 눈 딱 감으면, 잠깐만 참으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너가 잘 몰라서 그런다'라고만 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른데, 이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할 지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했을 때는 그게 어떤 선택이든 갈등과 비난 만을 업어야 하는, '학교'가 어그러진 '사회'의 축소임을 깨닫는 시기. 그리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것 같은, 그런 시기. 아마도 그 동질성의 가장 큰 요인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읽은 이야기에서도 이런 갈등이 세련되게 드러나 있었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물론 소심하고 조용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나 보다는 훨씬 역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주인공들의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가 떠오르고,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을 기이하게 치는 것은 역시 학창시절이라는 강한, 나에게도 있었고 시공간이 다름에도 너무나도 비슷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단편에서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이란, 역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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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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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ke up, Genius.(일어나시지, 천재씨)"


소설의 첫 문구부터  깔끔하게 딱 떨어지면서 눈길을 확 잡아끈다. 그리고 이 껄렁껄렁하면서 매력적인 문장은 이 이야기를 깊이 타고 들어갈 수록 더욱 더 끈끈하고 강력하게 이야기와 독자를 지배한다.


스티븐 킹이 탐정물을 썼고, 그 작품이 에드거상을 탔다는 것에 더욱 화제가 되었던 [미스터 메르세데스]에 이은 호지스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소설은, 탐정이 나오니 물론 탐정물이겠지만 그보다는 한 미국의 대작가와 그가 남긴 노트, 그리고 이 작가와 그 작가의 대표작의 '광적인' 팬과 비뚤어진, 하지만 절실했던 애정에 대한 이야기다. 


40여년 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작가는 자신의 미출판 원고들과 함께 숨어살다가, 작가를 꾸역꾸역 찾아온 어린 팬에 의해서 살해당한다. 그 팬은 작가의 미발표 원고들을 가지고 도망치지만, 의도치 않은 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현재가 되고, 전작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테러 피해를 입은 한 가족과, 호지스와,이제는 노인이 된 그 팬은 시간과 우연과 필연의 짜임 사이에서 교차한다. 


그리고 현재의 인물인, 은퇴한 경찰 출신의 탐정인 호지스는 이 이야기의 시간상 끝 축에서, 전작에서 만난 홀리 기브니와 함께 사건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적당히 선을 다듬는 역할을 한다.그래서 천천히 흘러가던 이야기가 (스티븐 킹의 많은 다른 이야기들이 그렇듯이) 교차점이 점점 커지면서 불꽃이 튀면서 이야기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치닫는 와중에, 일종의 추의 역할을 하면서 이야기의 중심과 무게를 잡고, 잔가지를 치고, 방향을 잡는다. 물론 그 방향이 어느 정도 눈에 명확히 보이는 방향이란 것은 아쉽지만, 원래 이야기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탐정물의 미덕 아니겠는가. 


이런 '탐정물'의 미덕 외에도,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 있으니, 그것은 '책에 대한 애정'이다. 이 소설에서는 스티븐 킹의 유명한 전작 중 하나인 [미저리]와 마찬가지인, 소설과 소설의 주인공에 대한 왜곡된 애정을 가진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이 책의 주인공은 애니 윌크스보다 훨씬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만, 그 대신 주인공들이 듣는 어떤 글쓰기에 대한 지론이라든가, 현재의 왜곡된 애정보다 그 이전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고, 그 감정을 스티븐 킹은 훌륭한 필력으로 그려낸다. 이건 독자들에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서비스고, 나 역시도 순간 내가 책을 좋아했을 때를(혹은 스티븐 킹을 처음 접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전반적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은 이야기가 천천히 시작되다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경향이 있고, 이 책 역시 마찬가지여서 초반부는 간혹 조금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이런 서비스 덕에 지루하기는 커녕 책을 넘기는 것 자체가 아까울 정도로 즐거웠다.


(더불어  끝의 전편을 떠올리게 하면서, 3부작의 예고까지 빼놓지 않는 꼼꼼함은 또 하나의 미덕이다.)


기본적인 흡입력과 재미와 함께, 작가의 여유로움마저 느껴지는 이 이야기는, 이렇게 여기저기 당연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미덕으로 빛난다. 더불어 책을 덮을 때가 되어, 책을 폈을 때 그저 도발적으로만 보였던 'wake up, genius'라는 문장이 훨씬 묵직하게 다가올 때쯤 되면 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은 또 어떤 미덕으로 가득 차 있을 지, 얼마나 강렬한 모습일 지 기대되면서 얼른 손에 쥐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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