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졸업 - 소설가 8인의 학교 연대기
장강명 외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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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성인들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다. 어슴푸레 형체와 바랜 빛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차지하는 기억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사성을 띄게 된다. 하지만 그 기억의 유사성은 그 시구간의 특이성도 한 몫 할 것이다. 한참 날카롭고 자아에 대한 생각이 강할 연령대와, 갑갑한 한국의 '고등학교'라는 공간은, 그 시절의 모습을 더욱 특이하게 만들었다. 이는 시간의 풍화작용으로도 뭉뚱그릴 수 없다.


그런 내용을 여러 좋은 작가분들께서 1990년대부터 2015년까지의 구간에 대해서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책이 이 책이다. 이 중 아직 일부만 읽었고, 그 시간대 모두 나의 고등학교 시간대와는 다른 시간이었고, 나와는 다른 학생들이 그 이야기에서 살아 움직이고, 다른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나의 고등학교 시절이 그 위에 겹쳐져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그 시구간의 동질성 때문이다. 


세상의 수많은 모순들이 눈에 박히고, 이 것들에 대해서 참는 것이 너무나도 힘든데, 어른들은 하나같이 '잠깐만 눈 딱 감으면, 잠깐만 참으면 지나가는 시간이다' '너가 잘 몰라서 그런다'라고만 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다른데, 이 중 어느 것을 따라야 할 지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했을 때는 그게 어떤 선택이든 갈등과 비난 만을 업어야 하는, '학교'가 어그러진 '사회'의 축소임을 깨닫는 시기. 그리고 그러면서 무언가를 깨달아가는 것 같은, 그런 시기. 아마도 그 동질성의 가장 큰 요인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내가 읽은 이야기에서도 이런 갈등이 세련되게 드러나 있었고,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물론 소심하고 조용했던 고등학생 시절의 나 보다는 훨씬 역동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주인공들의 움직임에서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가 떠오르고, 단어 하나하나가 마음을 기이하게 치는 것은 역시 학창시절이라는 강한, 나에게도 있었고 시공간이 다름에도 너무나도 비슷했던 시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어떤 단편에서든지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창시절이란, 역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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