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가입니다,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김바롬 지음 / 에이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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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한 소개글을 읽게 되었는데, 표지 그림부터 고양이가 밤의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 캔을 하나 들고 있는 고양이가 작가인지 그저 동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옆에서 조용히 있다면 조잘거리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을 밥벌이를 하면서 작가가 되기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책이 나와서 내가 책을 읽고 있으니 작가를 포기한 작가가 되었다는 말일까? 모순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상황이 되었다.  표지와 소개 뿐인데 책이 정말 많이 보고 싶어졌다.

 

김바롬 작가는 소개처럼 이곳저곳 일을 옮겨 다니며 '밥벌이' 한다.  그동안에도 남는 시간에는 글을 썼었지만,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아 세상에 내놓지 못하였다가, 어느 순간 글을 쓰게 되었다. 내용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힌트가 있으니 이것은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남겨두고 싶다.

'고작 그것도 권력이라고'라는 부분에서는 야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작가의 모습을 짐작할 있다. 편의점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다가, 캔을 모으시는 어르신을 대하는 모습을 통해 느끼는 점이 부분의 제목이 되었다.  사실 많은 사람이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작은 갑질을 하거나 심술을 부리곤 한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일에 대해  '그것도 권력이라고' 라는 반성을 하는 것에 작가의 마음이 따뜻하다고 느껴졌다. 

'생일' 부분에서는 생일을 별로 축하받은 적이 없다는 작가에게 조금 동질감을 느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생일이라고  주변 사람에게 알려 가면서 축하를 받고 싶지도 않았고, 그저 친구와 가족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그날을 지나가곤 했다. 사실 그냥 지나가는 하루일 뿐인데 그날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없고, 슬프면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생일이든 아니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고 내가 낭비하는 시간에 다른 사람은 생사의 기로에 수도 있기 때문에..

 

책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사이에 예전에 있었던 경험을 글로 써서 끼워 두었다. 처음에는 '지라시'라는 소설이 떠올랐지만 책은 수필집에 속한다는 느낌이다.  읽기 시작한 초반에는 시간 순서가 왔다 갔다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마음 아픈 이야기를 쓰면서 고통의 시간도 견뎠을 것이라 생각하니 작가가 지나온 힘든 시간을 글자의 문장으로 짐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뻔한 위로의 듣기 지겨워하는 나지만, 왠지 작가가 전해 위로의 말에 나도 힘을 얻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작가님도 멋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밥벌이는 따로 했지만 정말 실패의 과정 속에서 작가 자신을 찾은 듯하다고.


"화가에요, 밥벌이는 따로 하지만."
이것이 그가 주장하는 볼거리녀의 ‘건방짐‘의 핵심이었다.
- P30

그녀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 것이다. 식당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알바생이 아닌 화가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중략) 남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판단을 믿었고, 자신의 밥벌이를 존중했지만 존경하진 않았으며, 최선을 다해 성의껏 일했지만 절대 무리하진 않았다.
간단히 말해 , 그녀에겐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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