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 - 해와 달이 들려주는 이야기
선안나 지음, 정현주 그림 / 샘터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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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늘에 낮과 밤 두 왕국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왕국을 다스리는 두 명의 왕들이에요.

그들은 더 많은 영토를 갖고 싶어해서 서로 다투는 태양왕과 달여왕입니다.
그러나 각자 자기의 본분을 깨달은 두 왕은 협상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국경선'을 만듭니다. 낮과 밤의 뚜렷한 경계가 생긴거죠.

하지만 아직 너무 뜨겁거나 추워서 많은 생물이 살 수 없었습니다.


이쯤에서 러브라인의 배경이 깔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두 왕들의 자식들이죠. 당근 왕자와 공주고요.

갓 돋은 아침해처럼 환한 왕자와 초승달처럼 소슬한 공주요.(언어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 )

둘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지요.

그러다가...

멋진 젊은이들로 자란 이후 사건은 일어납니다.

왕자는 공주의 파란 귀걸이를, 공주는 왕자의 금빛 단추를 줍게되고 그것을 소중히 주머니에 넣어 몸에 지녔어요.

(간직하다가 아닌 지녔다의 어감의 차이가 참 크죠?)

그리고 둘 다 무언가 그리운 것을 두고 온 듯한 느낌을 가지고 살았어요.



그러다 국경을 넘어 달아난 용마가 그 둘을 이어주게 됩니다.

한없이 끌리는 마음을 수놓은 이는 이렇게 그리고 있네요.

그 둘은 빛과 어둠을 섞어 뿌려 온갖 생물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생겨난 어린 것들을 계속 잘 자라게해주고 싶었습니다.

왕자는 낮의 국경을 허물어 서늘하고 어둑어둑한 시간을 보다 많이 만들어 주었고 그 빛은 밤의 왕국으로 조금씩 흘러갔습니다.

공주도 따스하고 환한 시간을 보다 넉넉히 만들기 위해 밤의 국경을 허물었습니다.
그래서 새벽과 저녁이 생기고 빛과 어둠 사이에 색깔의 층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저 '노을'인거죠.

이 변고를 알게 된 태양왕과 달여왕은 놀라기는 했지만 아름답게 변한 지구를 보고서는 그 일을 덮기로 합니다.

그러나 이미 사랑에 빠져버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불허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왕국의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고, 또 모든 기억을 포기하고 땅사람으로 땅에 내려갑니다.

그리고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마주친 그들은 머리속의 기억이 아닌 가슴의 이끌림으로 다시 사랑을 하게 되었던 거에요.
아... 참 멋진 이야기 아닙니까... 그 뒤로 2페이지 정도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지만 고건 부연설명같은 기분이 살짝 들었고요 그냥 이야기와 그림에서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사랑에 빠진 이들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번역본에서는 느낄 수 없는 모국어의 미묘한 어감의 차이에 흠뻑 취할 수 있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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