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입니다 - 2005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대상 수상작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11
이혜란 글 그림 / 보림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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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라는 주제...

동화에서 다루기에는 약간 버겁고 우울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망설이지 않고 골랐던 이 책
'우리 가족입니다'라는 책은 '가족'에 대한 명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부루퉁한 스핑키', '아빠와 함께 피자 놀이를' 과 같은 동화에서 다루는 유쾌하고 즐거운 가족이 아니다.

그저 묵묵히 힘들고 고단하지만 가족이라는 진한 끈으로 묶여버린 사람들이 살아내는 이야기이다.



제목 밑에 그려진 소박한 소반 위에 놓인 다섯벌의 수저와 밥그릇, 그것이 바로 가족의 의미일까?.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밥을 같이 먹는다는 말보다 더 힘겨운 뜻이 그림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심상치 않은 할머니의 등장.

어찌된 일이지 골목 자장면집을 하는 아들의 집에 시골에서부터 비싼 차, 택시를 타고 오셨다.

"택시 아저씨가 돈 많이 달래요.

할머니가 시골에서부터 타고 왔대요."

할머니를 맞이하는 가족의 표정이란... 입을 앙다물고 눈썹을 치켜올리고 적대적으로 할머니를 맞이하는 손녀라니...



그 때부터 손녀는 할머니의 실수를 낱낱이 꼬집어낸다.

"할머니 또 주워 왔어요?"

"할머니 또 뜯어졌어요. 바느질도 잘 못하면서."

"웩 할머니 또 뱉어? 할머니랑 같이 먹기 싫어"

"할머니! 오줌도 제대로 못 눠?"

"할머니가 옷장에 젓갈을 넣어 놨어요. 으으으 냄새."

"힐머니 똥마려우면 빨리 화장실에 가면 되쟎아. 왜 꼭 옷에 쌀 때까지 있냐고."

"할머니 또 벗었어?"

"아빠! 할머니가 학교 담 밑에서 그냥 누워자요."



연달아 일어나는 할머니의 대책없는 행동에

아버지는 고단한 얼굴로, 무거운 몸으로 묵묵히 뒷처리를 한다.

아무데나 뱉어내는 자기 엄마와 겸상을 따로 하여 생선살을 발라 떼어드리고

자기 엄마가 요강 밖으로 흘린 오줌을 걸레로 훔쳐내고

똥묻은 옷가지를 손으로 빨고

자기 허벅지보다 더 두꺼운 어머니의 다리를 꼭 붙들어 자기보다 훨씬 더 크고 늘어진 어머니의 몸을 등에 업어오는 발은 바지 위로 신은 양말에 슬리퍼 차림이다.

아마도 슬리퍼를 벗고 다른 신을 신을 새도 없이 뛰어 나갔을 것이다.

역시 슬리퍼 차림으로 황망히 뛰어 오는 며느리의 얼굴에는 고단함이 가득하지만 원망따위는 안보인다.

젓갈 냄새가 진동하는 방안에서 짠 국에 절어 먼지나는 옷장을 치울지라도...

손님들 앞에서 축 늘어진 젖가슴을 훤히 내놓은 시어머니의 몸에 옷을 입혀 부끄러움을 대신 가려드릴지라도....



그리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시어머니의 머리에 베개를 조용히 고여드린다.

딸이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돼냐고 묻자 할머니의 아들은 대답한다.

"안돼.... 엄마니까."

"그럼 아빠, 할머니도 우리 엄마처럼 아빠를 사랑했어요?"

"......"

대답이 없다. 아빠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이다.

"아빠 나 또 일센티 컸다!"

마지막 장에서 딸아이는 고 조그만 등에 산같은 아버지를 업으려고 이를 앙다문다.

그리고 한발만 들고 등에 업혀 있는 척을 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아슬아슬하면서도 함박만한 웃음이 가득 피었다.

아이는 아버지가 커다란 할머니를 업어준 것처럼 그렇게 아버지를 업어드리고 싶었나보다.

그렇게 아이는 일센티 일센티 커나간다.



이 아이에게 가족이란 어떤 그림일까요? 버거운 할머니를 가족의 울타리에서 내치치 않고 보듬은 자신의 부모를 어떻게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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