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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어요, 고양이 ㅣ 노래 그림책 1
송인섭.홍이삭.이나래 지음, 민정원 그림 / 야옹서가 / 2024년 10월
평점 :
살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며 좀 더 따뜻한 곳, 좀 더 안전한 곳을 찾아 숨어드는 고양이들을 그저 지나쳤던 때가 있지요. 하지만 그 중 한 아이, 이미 성묘였던 삼색이와 인연이 되어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저녁마다 사료봉지를 들고 나가면 만날 수 있었던 삼색이였죠.
어느 저녁인가 봉지를 흔들자 저 멀리 높은 담벼락을 타고 자동차 보닛 위를 우다다 달려 내려오는 아이를 보고 집으로 데리고 와야겠다고 결심했었습니다. 그 아이도 보닛을 퉁퉁치면 놀라서 황급히 도망가곤 했었겠죠. 라이트의 빛 떄문에 밝아지면 털을 세우고 꼬리펑 되어 경계를 했겠지요.
이 길냥이가 우리와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느라 자신의 영역까지 바꾸며 우리 집 근처에 머물렀었어요. 한파가 몰아칠거라 예고되었던 그 날 밤 삼색이는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집고양이가 되어 편안해진 아이의 모습이 책에 나와있더라고요. 배를 깔고 몸을 쭉 늘려 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요. 식빵 굽는 그림에서는 골골송이 들리는 것 같았어요.
처음 창문 앞에서 하염없이 바깥을 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밖을 그리워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가르쳐주더라구요. 그거 고양이에게는 티비 보는거랑 같다고. 책에 나온 점박이 고양이의 동그란 뒷통수와 동그란 뒷태가 눈에 익었습니다. 바로 우리 집 삼색이의 뒷통수와 뒷태였으니까요.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림들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언제까지나 그 앞에서 바라 보고 싶은 마음이 담겨져 있고 아침에 졸지언정 고양이 밥은 채워주는 모습과 이걸 좋아하나 저걸 좋아하나 사료그릇을 들고 들이대보는 집사의 모습은 또한 저의 모습이었지요. 집에 혼자 두고 온 고양이가 걱정되어 돌아보는 모습도, 여러 가지 장난감을 들고 놀아줘보려고 하는 모습도, 또 그걸 놓칠라 카메라에 담는 모습도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매일같이 하는 일들이었어요.
이런 고양이와의 일상을 정답게 그림으로 담아주신 야옹서가님과 민정원님께도 감사하고 무엇보다도 차곡차곡을 통해 길고양이들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면서도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인섭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무가치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그 시간들이 졸여지며 익어가는 창작행위였던 차곡차곡의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이삭님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잉여의 웃음을 한껏 쏟아내며 만들었던 ‘여기 있어요 고양이’가 상냥한 그림책이 되고 예쁜 노래가 되어 지금 이 시간들을 빛내주는 것처럼 지금을 열심히 사는 많은 이름없는 작가들의 삶 또한 언젠가는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차곡차곡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노래 ‘별 볼 일 없는 사람’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해보려 합니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여 / 고개 들어보오 / 당신의 빛난 눈동자를 기억하오
어둔 하늘에 흔적 없어도 / 손 끝에 이어진 별들이 / 그대를 보고 있소
이 그림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해지고 사랑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