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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죽이기 ㅣ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5년 12월
평점 :
이야기는 꿈속의 <이상한 나라>와 현실 세계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오가며 진행됩니다.
주인공 아리는 이상한 나라에서 일어나는 연쇄 살인 사건이 현실에도 영향을 미쳐, 원인불명의 사고로 사람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요.
자신도 흰 토끼의 발언 때문에 엉뚱한 누명을 쓰게 되어 일주일 안에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면 여왕의 법정에서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물론 이상한 나라에서 사형을 당하게 되면 현실 세계의 아리도 죽음을 맞게 되겠죠.
결국 이렇게 아리와 그녀의 친구 도마뱀 빌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세계에서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며 그들을 추궁하고, 진범을 밝힐 단서들을 수집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이 온통 지지부진한 말장난과 선문답으로 점철되어 있어 약간의 답답함을 느끼실 분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수수께끼같은 선문답들이 매력적이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졌지만, 본 작품에서는 이러한 수많은 말장난들이 사건 수사의 발목을 잡고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더군다나 말장난이 재치가 있거나 재미있지도 않고, 그저 원작의 열화카피본과 같은 인상을 줄 뿐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대화라면 그렇다 쳐도, 현실 세계에서조차 선문답같은 대화를 나눌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결말에서 여러 가지 의문점들을 확실하게 해결해주어서, 찝찝한 여운같은 건 남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미스터리적인 부분보다 두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는가에 대한 해명과 주인공의 정체에 대한 반전, 여러 가지 처참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질러 온 범인에 대한 가차없는 처벌(에 대한 그로테스크한 묘사)등이 통쾌하고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관을 어떤 방식으로 작품에 융화시켰을지 아무래도 좀 불안했지만 결말만은 꽤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현실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연관된 연쇄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게임 <페르소나4>, 잔혹동화같은 측면에서는 <앨리스 매드니스 리턴즈>가 떠오르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