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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같은 장르의 소설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어딘가가 무뎌지게 마련이다.
그 트릭이 그 트릭같고, 범인의 처절하고 애달픈 사연도 어째 식상하게 느껴지고...
이 작품도 그런 무뎌짐 속에서 별 기대없이 집어든 한 권이었다.
아니, 사실 살짝 기대는 했다. 수상 리스트가 화려했으니까.
뭔가 다르겠지 하는 기대가 어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겠지.
그리고 한 장 두 장 넘기면서 자연스럽게 소설의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어갔던 것 같다.
일단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좋았다. <부러진 용골>은 살해된 영주의 딸 아미나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되는데, 아미나는 나이에 비해 현명하고 책임감이 강한 소녀였다.
범인 후보 중 한 명인 아미나에게 공감하는 한편 경계를 놓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주의깊게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반전에서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 사람이 범인이었다니!
나는 왜 저 사람을 의심하지 않았지?
그랬구나! 그래서...
등등 여러 가지 뒤늦은 깨우침과 함께, 작가가 여기 저기 숨겨놓은 복선과 암시들이 마치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찜찜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부분들에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역시 미스터리에 아무 이유없이 주어지는 '부자연스러움' 이란 없다.
물론 아미나 외에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다수 존재한다
탐정역인 팔크와 니콜라.
솔론 섬에 고용된 용병들. 콘라트. 스와이드. 이텔. 그리고 위대한 여전사 엠마.
각각의 캐릭터들이 나름대로 중요한 배역을 맡고 있어 코미컬라이즈하기에도 아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반전을 알게 된 이후에도, 작가가 은근슬쩍 제공한 여러가지 힌트들을 곱씹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기분좋은 미소가 머물게 될 것이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중 제일 처음 읽었던, 그리고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덧없는 양들의 축연> 이었지만 이제 이 작품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후속작이 꼭 나왔으면, 그리고 한국에도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니콜라와 아미나와 설익은 로맨스(?)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고 암살을 사주한 진정한 배후가 누군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까.
작가가 모델로 삼은 듯한 캐드펠도 시리즈물이니까, 이 작품도 시리즈화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고전부 시리즈 빨리 끝내고 용골로 돌아와줘요... 호노부님(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