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덮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하나의 작품을 꼽는다면 뭘까, 하고요.

결론은 꼽고 싶은 작품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석류>였지만, 동시에 매우 불쾌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을 읽었다는 기억을 뇌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등장인물들의 동기에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고, 인간이기를 포기한 부녀의 횡포에 휩쓸린 주인공이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본 단편집에서 가장 잔혹하고 끔찍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단편들은 글쎄요, 각각의 작품들에 내포된 미스터리 그 자체보다는 그 외의 것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사인숙>은 사실적인 배경묘사가 장점인 작품으로, 모델로 삼은 여관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등>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교훈을 주는 작품이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발전이 뒤처진 나라들의 천연자원을 기술을 빌려주는 척 하면서 강탈하는 강대국들의 횡포는 지금도 식민지시대와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장소라면 인간은 누구나 살인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합니다.

<문지기>는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랄까요. 어쩐지 한국식 괴담같기도 하고 뻔하다면 뻔한 이야기입니다. 단편집이니 이런 류의 이야기도 하나쯤은 있어야겠지, 하고 의무적으로 끼워넣은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첫번째 살인 이후로는 굳이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다른 해결방식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악운을 만난 주인공들이 그것을 계기로 어떻게 타락해가는지, 혹은 전락해가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눈가리개를 한 채로 빽빽한 바늘 위에 놓인 구름다리를 조심조심 걷는 사람에게 부는 한 줄기 바람, 그것이 악운이라는 것의 정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