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스포일러를 포함한 리뷰입니다.

작가는 델마와 루이스의 비극적이고 장렬한 최후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죽음으로 끝나게 될 일탈 따위는 허무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나오미와 가나코는 죽음보다는 훨씬 나은 결말을 맞이하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일까요?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두 여성이 완전범죄에 성공해,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범죄 이전의 삶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제가 앞으로의 그들의 삶이 행복하지 않을거라고 재단할 수는 없고, 큰 사건을 겪으면서 한층 강해진 두 여성은 서로를 의지하며 중국에서도 의연하게 새로운 삶을 꾸려나갈 거라는 믿음이 없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이들이 잃은 것들은 작은 것들이며, 위기의 순간에 더욱 끈끈하게 맺어진 이들간의 우정이야말로 가장 큰 재산이라고 보시는 분들도 있겠죠.

여하튼, 작가는 사람을 한 명 죽인 주제에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는다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혹은 아마추어 범죄자인 두 사람이 완벽한 살인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거나요.

결국 나오미와 가나코는 범죄자의 신분으로 전락해 직업도 재산도 명예도 잃고 중국으로 도피하게 되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확실히 불완전한 범죄 계획의 허점을 하나하나 드러내면서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성공했고, 거기서 오는 재미가 있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들의 완전범죄계획이 성공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난관에 부딪치더라도 침착하고 순발력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작가가 주고자 하는 재미와 제가 원하는 재미의 방향성이 달랐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좀 더 통쾌한 결말을 원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과욕에 불과할까요.

20대의 평범한 여성 두 명이 완벽한 범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면, 그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실적이고 가능한 것으로 바뀌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두 사람의 플랜B, 즉 알리바이의 일부가 삐그덕대더라도 순발력을 발휘해 위기에 대처하는 모습에서 비범함을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자신의 오빠가 가정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할 때는 언제고, 오빠가 사라지자 집요하게 가나코를 물고 늘어지는 요코가 너무 얄미워서 가나코가 한 방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가나코에게 지금 당장 자살하거나, 체포되더라도 오빠가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장면은 제가 다 화가 나더군요.

정죄 의식이라는 구실을 붙여, 대책도 없이 임의 동행을 승낙하는 등 자신에 대한 요코의 공격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가나코가 답답했습니다.

살인에 성공한 후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는 생각도 안하고 안이하게 나오미와 여행을 가는 모습이나, 남편의 가족 앞에서 변변한 연기조차 해내지 못하는 모습, 요코가 핸드폰 기종을 물어봤음에도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는 모습에는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또한 믿음직스럽게 계획을 추진하던 모습은 어디가고, 계획이 틀어지자 패닉에 빠져 가나코에게 의지하는 나오미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중국인은 믿지 못하겠다고 할 땐 언제고 린류키라는 인간의 선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계획을 세운 점도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응, 그래. 이정도의 결말이면 충분히 현실적이고 공평하지." 라고 여길만한 결말은 이런 걸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저는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밖의 어떤 것을 소설에서 보고 싶습니다.

독자가 예상하고 상상하는 것 이상의 치밀한 살인 계획과, 또 그 계획을 뛰어넘는 변수의 등장,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고 결연하게 기지와 재치로 대응하는 주인공들.

그런 것들을 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