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장 백사당 세트 - 전2권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overview

 <사관장>, 그리고 <백사당>은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에 속하는 세번째 작품이다.

역자 후기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사관장>이 출간된 후 몇 달 뒤에 백사당이 나왔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두 권이 합본 형태로 기획되었다.

<사관장>을 읽고 난 후 "잠깐, 이게 끝이야?" 라는 반응을 보일 독자들을 배려... 혹은 우려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사관장>에서는 다쓰미라는 화자가 등장해 햐쿠미가와 백사당에 얽힌 자신의 체험을 회고하고, <백사당>에서는 미쓰다 신조가 다쓰미의 원고를 접한 후 겪게 되는 괴기 현상과 그에 대한 추리를 다루고 있다.

 

review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크게 세 시리즈로 나뉜다. <사관장>과 <백사당>이 포함되는 '작가' 시리즈, 도조 겐야라는 아마추어 탐정이 등장하는 '도조 겐야' 시리즈, 그리고 '사상학 탐정' 시리즈 등.

 나는 가장 최근에 발간된 사상학 탐정 시리즈를 제외하고 작가 시리즈에 포함된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 <작자미상>, 도조 겐야 시리즈에 포함되는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장편 <노조키메>, 단편집인 <붉은 눈>을 읽어보았으니, 꽤 열렬한 독자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한 세 시리즈 중 내가 가장 즐겁게 읽었던 작품들은 '작가' 시리즈였고, <사관장>과 <백사당>은 그 대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만큼 굉장히 기대를 품고 독서를 했던 것 같다.

 

 먼저 두 권 중 첫 번째 권에 해당하는 <사관장>. 나를 포함해 한자에 약한 분들을 위해 뜻풀이를 하자면 "뱀을 넣은 관을 장사지내다" 혹은 "뱀의 장례" 정도의 뜻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이 작품의 주요한 테마는 "뱀"과, "장송의례" 이다.

 주인공인 다쓰미는 마을에서 위세가 당당한 "햐쿠미 가" 의 후계자이며, 할머니와 새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햐쿠미 가 특유의 장송의례인 "장송백의례"를 경험하게 된다. 장송백의례는 말 그대로 백 가지의 장송의례를 뜻하는데, 이 으스스한 "장송백의례"를 치르던 도중 수수께끼의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작가인 미쓰다 신조가 지향하는 호러와 미스터리가 만나는 부분이다.

 

 <사관장>의 화자인 다쓰미는, 독자가 보기엔 다소 답답한 면이 없지 않은 캐릭터이다. 이 앞에 '무서운 것', '돌이킬 수 없는 것' 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무서운 것에 홀려 매번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게다가 중요한 부분에서는 항상 기억이 모호하다고 얼버무리는 바람에, <사관장>이 끝날 때까지 수수께끼는 계속 부풀어오르기만 한다. 결국 이 수수께끼는 다음 권인 <백사당>으로 이어진다.

 

 다음 권인 <백사당> 에서는 마침내 작가 시리즈의 화자이자 작가 자신인 미쓰다 신조가 등장한다. 물론 작가 시리즈에 단골로 등장하는 그의 친구 아스카 신이치로와 소후에 고스케도 함께이다. 미쓰다 신조는 일종의 왓슨 역할로, 탐정 역인 아스카 신이치로를 보조하거나 사건을 더 키우는(심지어는 범인으로 의심받기도 한다.)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다. 화자인 미쓰다 신조가 좀 못 미덥긴 하지만, 찝찝한 기분에 사로잡혀 퀭한 눈으로 책장을 넘기는 시간은 이제 끝났고 우리의 탐정이 모든 수수께끼를 통쾌하게 해결해 줄 것이다... 라고 독자는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감스럽게도 본 작에서 추리는 오로지 정황 증거로만 이루어진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괴이의 정체인 '마모우돈'에 대해서도 그 뚜렷한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 <퇴마록>에서처럼 지나가던 퇴마사가 등장해 괴물을 퇴치해주지도 않는다. 미스터리 전문 잡지 <미스테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미쓰다 신조는 "작품에 따라 호러와  미스터리의 배분에 변화를 준다" 고 말했는데 본 작은 그 배분이 호러 90 대 미스터리 10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는 또한 "호러와 미스터리를 융합하는 데 있어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 이 결말에서 호러적인 괴현상을 미스터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것이며 수수께끼를 그대로 두면서도 독자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내가 그의 작품을 재미있다, 혹은 재미있지 않다로 평가하는 기준도 바로 이것이다. 난 호러보단 미스터리를 선호하는 쪽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작중에 등장한 트릭이 어느 정도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아쉬움을 품게 된다. 그런 점에서 <백사당>과 <사관장>은 조금 실망스러웠던 것 같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보다는, 호러가 지나치게 미스터리를 압도하는 느낌이었달까. 마모우돈의 정체에 대해서도, 마모우돈이 정말 존재하는 마물이라는 호러적인 해석과 미스터리적인 해석이 동시에 다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모우돈의 정체를 호러적인 부분으로 일부러 남겨둔 것이라고 해석하더라도, 작중에서 등장하는 "밀실 실종 사건" 에 대한 추리와 조금 생뚱맞게 느껴지는 서술트릭이 그다지 와닿지 않았기 때문에 작품의 전체적인 인상이 흐려졌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작가 시리즈 내내 "실은 작가가 **였다" 라는 트릭이 반복되었던 터라, 본 작에서도 비슷한 트릭이 등장하리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호러와 미스터리의 융합이라는 난제를 작가가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늘 성공적이지는 않더라도 그 치열한 사투를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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