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지 스토리 - 빈민가에서 제국을 꿈꾸다
잭 오말리 그린버그 지음, 김봉현.김영대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공무원이나 학자는 셈에 능하기보다는 청렴결백해야 하며, 예술가는 오로지 예술적 성취에만 열중해야 한다는 오래된 편견이 있다. 물론 자신의 인생을 예술 그 자체에 바치다시피 한 열정적인 예술가들은 위대하고 멋져 보이지만, 현대의 예술가들, 특히 대중예술을 지향하는 이들이 인기와 돈에 대해 초연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제이지 스토리>는 유명한 힙합 뮤지션 제이지를 다룬 책이다. 전기적인 성격도 띄고 있고 음악적 커리어에 대해서도 일부 다루고는 있지만 <포브스> 기자인 저자가 무엇보다 주목한 것은 제이지의 사업가적 면모이다. 그의 비즈니스는 단순히 음악 산업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그를 그저 래퍼나 연예인으로만 알던 사람들은 놀랄 만큼) 다방면에 걸쳐 있다. 라커펠라 레코드라는 힙합 레이블에서 시작해서 데프 잼(레코드사)의 사장이 되고, 라커웨어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고, 프랑스 주류 회사와 함께 고가의 샴페인 브랜드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또한 NBA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가 되어 그가 자란 브루클린으로 팀을 옮겨온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재단을 운영하여 불우한 아이들과 난민을 구제하는 자선가이기도 하다. 탁월한 마케터이며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TIDAL을 만들었다. 슈퍼스타 비욘세의 남편이며, 버락 오바마가 연설에서 그의 노래 가사를 인용할 정도로 사회적 영향력이 있다. 자산 규모는 무려 5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2011년 기준).

저자는 제이지가 길거리에서 마약을 팔아야 했을 정도로 가난한 빈민에서 어떻게 미국에서 손꼽히는 사업가가 되어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는지 하나 하나 추적하듯 취재하여 분석한다. 제이지 본인에게 직접 물어봤으면 훨씬 집필이 수월했겠지만... 책이 큰 금전적 이익이 안 될 것이라고 판단한 제이지 측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그만큼 실리를 중시하며 계산이 철저한 인물이다. 때문에 저자는 작은 퍼즐들로 큰 그림을 완성하듯 자료 수집과 주변 인물 탐색,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책을 만들었다.

학교에서 경영학을 배운 것도 아닌 그가 어떻게 CEO로서 직관적이고 냉철하게 사업적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어쩌면 마치 정글의 맹수처럼 거리에서 마약을 팔며 동물적으로 체득한 감각인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스스로를 브랜드화하고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솜씨는 경영이나 마케팅의 문외한이 보기에도 놀라울 정도다.

힙합을 즐겨 듣고 제이지의 음악을 좋아하는 터라 관심이 있어 더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제이지가 ‘비욘세 남편’으로 더 유명한 한국에서는... 이 책이 몇 부나 팔렸을 지 사뭇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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