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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 인간의 유일한 의무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 '
-헤르만 헤세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위기의 순간에 놓이게 될 때가 있다.하지만 그 위기의 순간들 중 생명을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에까지 다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건 결코 흔한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가끔 재난영화를 볼때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급박한 상황에 주인공이 놓여있을때, 나도 모르게 그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되어 '만약 지금 내가 저런 상황에 놓여있다면..난 어떻게 해야할까..'라고 상상해본 적이 있다.아마 그런 생각을 영화를 보다가 혹은 티비를 보다가 한번쯤은 해본 경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그때마다 막막함에 내 머릿속은 그저 깜깜한 암흑속에 아무생각도 나지 않는 백지상태가 될때가 대부분이었다.해피엔딩의 결말을 위해 달려가는 주인공처럼 척척 그 순간의 위기들을 해결해나갈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 같다.영화에서 처럼 지진으로 갈라지는 땅을 요리조리 피해 갈수 있는,로또보다 더 확률이 낮을것 같은 그 행운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일어날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사실 그런 위기의 순간들을 그 어느 누가 경험하고 싶어할까..
하지만 이런 경험은 경험자인 개인에게는 흔치 않은 경험인만큼 그러한 경험에서 얻게 되는 것들 또한 누구나 누릴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기도 한다.<일분 후의 삶>에는 일분 후에도 내 삶이 지속될지 모를만큼의 극한의 상황에 놓였던,그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경험이 있는 평범한 열두명의 사람들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경험담이 있다.여기서 중요한건 그들의 평소 모습들이 늘 그런 상황에 놓일 수 있는 환경에서 생활하는게 아닌, 지극히 '평범'하기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즉,이런 경험은 미리 예고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어느날 갑자기 닥칠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그렇기에 책을 읽는 내내 더욱 그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내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열두가지 에피소드를 모두 읽고나서 들었던 생각은,무엇보다 그런 순간들을 겪고나니 열두명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깨닫게 되었던 것은 사소한것,그동안 지나쳐왔던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행복이었던 것 같다.
' 순전히 행복한 사람과 순전히 불행한 사람은 없다.
행복한 때와 불행한 때가 있을 뿐.
일생에는 행복과 불행이 뒤섞여 있다.
시절에 따라 그 비율이 조금씩 달라질 뿐.
가장 큰 행복은 괴로움이 가장 적을 때,
가장 큰 불행은 기쁨이 가장 적을 때다.'
- 책의 내용 중-
열두 가지 에피소드들이 모두 '이게 정말 실제로 있었던 일이 맞을까..'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마치 영화속의 한장면들 처럼 놀랍기만 했다.에피소드 하나하나에 몰입되어서 마치 생생하기만한 다큐멘터리 열두편이 내 눈앞에 스쳐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 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깊고,정말 영화의 한장면 처럼 느껴졌던 일화는 '나를 방생해 준 자연'이라는 일화였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남해에서 태어나 자라온,동물들을 좋아하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남자이다.결혼을 하고 육지로 나가 일을 하며 생활하던중 아내가 구해준 조양상선의 일을 하게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어느날 영국 리버풀에서 곡물을 싣고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으로 향해가던 메이스타호를 타게된 남자.그는 당직을 새벽까지 서던 중에 6시경 한숨돌릴겸 갑판으로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그만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떨어지고 말았다.하필 그때 남자가 떨어진걸 본 사람도 단 한명도 없었고,그 큰배를 수영으로 따라잡기엔 당연히도 역부족이었다.결국 배는 떠나버리고 그 차갑디 차가운,상어떼가 득실거리는 인도양 벵골만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지게 된 남자.나는 이장면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침몰후 바다에 남겨진 남녀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정말 영화같은 일이 아닌가..그렇게 시간은 점점 흐르고,남자는 점점 지쳐가고..생사의 갈림길에 다다를 무렵.
무언가 붕 떠오르더니 남자가 물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둥그렇고 딱딱한 무언가..바로 거북이었다.그는 거북이의 등을 잡고 있었다.나는 여기서 상어떼에 물리지 않는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읽고 있었는데,그의 생명의 은인과도같은 거북이의 등장에 정말 흥미로우면서도 그의 엄청난 행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과연 이상황에서 거북이가 나를 살려줄 행운을 얻게 될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그는 결국 구조되었고,거북이에게 고마운마음을 전하며 지금까지도 가족들과 꾸준히 거북이 방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정말 영화보다도 더 영화같은 이야기에 읽으면서도 계속 다음 그다음 장면이 궁금해지는 책이었던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또하나의 영화는 '라이 오브 파이'라는 영화였다.이 또한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동물들을 배에 싣고 이사를 가다 파도에 배가 침몰되고 구조보트 하나에 소년과 호랑이 그리고 몇 동물들이 함께 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또한 바다속의 상어떼를 피해 맹수 호랑이와 어쩔수 없이 좁은 한배를 타야하는,그 속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그린 영화이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영화의 장면들이 오버랩 되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책을 만난것 같아 읽는 내내 시간가는 줄 몰랐던 책이 아니었나 싶다.책을 통해서라도 쉽게 경험해 볼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간접경험해 보고픈 사람들에게 꼭한번 추천해 주고픈 책이다.그 속에서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면 많은걸 느끼게 해줄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