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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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란 건 말일세..."

싱긋이 웃으며 던져 놓는 용하의 서두에 재신은 숨까지 멈추고 집중하였다.

"...혼잣말이라 하더라도 입에 담는 순간 다른 귀가 듣기 마련이지. 때문에 그 내용이 긴요하면 긴요할수록 자신의 귀에게조차 입을 다물어야 하네."

재신은 뜻을 묻지도 않고 그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물은 나의 소중한 벗일세. 그 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네. 비밀을 숨기는 것이 벗의 도리라고 한다면 그것을 모르는 척해 주는 것 또한 벗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42쪽

"자네는 질문을 하지 않았네. 그리고 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네."-42쪽

문득문득 윤희 얼굴이 생각나면 그의 머릿속엔 수많은 시들이 눈물 섞어 갈아 놓은 먹물인 양 수없이 번져 가며 지어지고 지워졌다. 그래서 사처에 도착하기까지 그가 머릿속으로 지은 시문은 제 평생 쓸 양은 될 정도였다.

"쳇! 글자로 남겼으면 시책 서너 권은 충분히 묶을 수 있었는데."
-105쪽

"집구석에 처박혀 제 아내나 예뻐하고 있을 것이지. 나 같으면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이 모자라겠다."

재신은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못마땅하여 술이 가득 담긴 사발을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 괜히 자신을 감시하고 선 장정 넷을 노려보았다. 이쪽에서는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들은 긴장을 늦추고 않고 있었다. 용하는 말귀를 못 알아들은 척하며 말하였다.

"자네 아내는 예쁜가 보이?"

"아직 얼굴도 못 봤는데 예쁜지 안 예쁜지 내가 어떻게 알아?"
-106쪽

"상감마마의 높은 배려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 오줌 싸러 오가는 시간도 아껴 책을 읽으라는 하해와도 같은 은혜. 열고관 바로 옆에 측간까지 마련해 놓았다, 염병할!"-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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