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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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부엌이 좋아?
언젠가 네가 묻자 너의 엄마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부엌에 있는 게 좋았냐고. 음식 만들고 밥하고 하는 거 어땠었냐고.
엄마가 너를 물끄러미 보았다.
-부엌을 좋아하고 말고가 어딯냐?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던 거지. 내가 부엌에 있어야 니들이 밥도 먹고 학교도 가고 그랬으니까.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믄서 사냐? 좋고 싫고 없이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지.
너의 엄마는 왜 그런 걸 묻느냐?하는 표정으로 너를 보다가 좋은 일만 하기로 하믄 싫은 일은 누가 헌다냐?중얼거렸다.-73쪽

너는 깨달았다. 전쟁이 지나간 뒤에도, 밥을 먹고 살 만해진 후에도 엄마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아버지와 밥상 앞에 둘러앉아 대통령선거 얘기를 나눌 때도 엄마는 음식을 만들어 내오고 접시를 닦고 행주를 빨아 널었다.
엄마가 끊임없이 되풀이해내야 했던 일들을 거들어주기는 커녕 너조차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때로 오빠의 말처럼 엄마의 갊을 실망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인생에 단 한번도 좋은 상황에 놓인 적이 없던 엄마가 너에게 언제나 최상의 것을 주려고 그리 노력했는데도. 외로울 때 등을 토닥여준 사람 또한 엄마였는데도.-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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