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깨달았다. 전쟁이 지나간 뒤에도, 밥을 먹고 살 만해진 후에도 엄마의 지위는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아버지와 밥상 앞에 둘러앉아 대통령선거 얘기를 나눌 때도 엄마는 음식을 만들어 내오고 접시를 닦고 행주를 빨아 널었다.
엄마가 끊임없이 되풀이해내야 했던 일들을 거들어주기는 커녕 너조차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을. 때로 오빠의 말처럼 엄마의 갊을 실망스러운 것으로 간주하기까지 했다는 것을.
인생에 단 한번도 좋은 상황에 놓인 적이 없던 엄마가 너에게 언제나 최상의 것을 주려고 그리 노력했는데도. 외로울 때 등을 토닥여준 사람 또한 엄마였는데도.-27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