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절에 신자유주의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고, 현재의 주류 경제담론은 신자유주의라는 흐름을 전제하고 그 속에서 "죽을 사람은 내버려두고 일단 살 사람이라도 살자"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IMF 경제위기가 대한민국을 그렇게 만들었다. 아무리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목 놓아 외쳐도 집으로 돌아가면 이 사회는 "살 사람만 우선 살고 보자"는 사회이다.-80쪽
국가정보원이라는 조직은 정부 안에 있기는 하지만 일반 정부 조직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원칙적으로 행정고시를 통과해서 공무원이 된 사람들은 행정자치부 소속이 되는데, 국가정보원은 대통력 직속 기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공무원들과는 별도의 인사관리 방식에 의해서 움직여나간다. 인사시스템으로 본다면 공무원으로서의 정년이 보장되기는 하지만, 행정자치부 소속의 일반 공무원과는 달리 그 자체로 폐쇄적인 풀 내에서 움직이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기구로 있는 다른 위원회는 국가정보원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형식으로 나와 잠시 머무르고 있는 공무원과 자체적으로 채용한 소위 '계약직 공무원'이 혼재되어 있다. 국가정보원은 다른 다른 부처와의 인력교류는 아주 제한된 상태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 기구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폐쇄적 인력망을 운용한다고 할 수 있다. -110쪽
경제학자의 입장에서 기대수익과 진입 장벽 그리고 시스템의 작동원리라는 눈으로 냉혹하게 바라본다면, 우리나라 경제조직의 위계에서 부럽 다단게는 조직폭력배보다 더 아래 단계에 있는 셈이고, 불법 다단계에 가입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20대는 아주 초기에 가입한 특수한 몇 명을 제외한다면 20대 중 가장 막장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같은 눈으로 집안에서 그냥 청년 실업자로 지내는 백수와 비교한다면, '기대 위험'이라는 관점에서 백수가 조직폭력배보다 훨씬 낫고, 불법 다단계보다는 1백 배는 낫다. 불법 다단계에 속한 20대의 경우라면, 바로 망하는가 아니면 조금 더 있다가 망하는가의 차이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