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랭으로서는 예의로 해본 말이었으나 그리 해볼까요? 하며 왕이 옥좌에서 일어났다. 왕의 갑작스런 거동에 당황한 건 내관들이었다. 그들이 왕을 만류했다. 사진을 찍으면 혼이 빠져나간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 왜들 이러시오. 이미 지우영이 내 어진을 찍어 보인 적이 있지 않소? 그런데 아직도 그런 말을 믿는단 말이오?
왕은 만류를 물리치고 근정전의 들보 앞에 서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을 찍는 것은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일이다. 사물을 향해 거리를 재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물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 저장된다.
콜랭은 궁 안에 들어와 처음으로 피사체를 향해 렌즈를 제대로 조준하고 끈을 잡아당겼다. 당황한 내관들은 계속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전하! 전하!를 복창했다. -1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