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록흔.재련 5 - 개정증보판
한수영 지음 / 마루&마야 / 2007년 8월
구판절판


"과거가 중요하겠습니까? 작금이란 것도 곧 옛일이 되니,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지요."
식양이 그랬듯, 여인 또한 주인이 바뀔 수 있다. 록흔에게는 그런 의미로 들렸다. 그 뜻이 마뜩찮아 그녀는 눈을 가늘였다. 아홉 단 아래서 주융은 몹시도 어연번듯했다.
"작일(昨日)있으먀, 금일(今日)도 명일(明日)도 가하거늘, 본 없는 것은 사위기 마련, 하신 말씀은 궤변이 아닐지요."-79쪽

[아름다운 이름도 때론 묻히지만, 추한 이름은 결코 묻히지 않는단다. 당랑도 잡은 순간부터 진탕에 있었고...... 아버진 마음만 같이 가마. 록흔아, 잘 살아야 한다. ]-81쪽

"꽃잎 사윌까 저어돼, 돌로 굳혔습니다만. 그리던 작약은 다른 해를 보는군요. 지켜만 보았으니 문향조차 멀었습니다."-82쪽

죽화가 내리던 날
사람들이 울었다.
죽음을 부른다는 꽃이
못내 싫은 탓에.
푸른 댓잎 누렇게 퇴색하고
곧은 줄기 스러지지만
미운 꽃만은 아닌 것이.
죽화가 내리는 날
백 년 동안 보듬어 온
누군가의 사랑이 만개한다.

- 명륜집 중, 죽화우(竹花雨) --363쪽

"울지 마라."
아기의 맑진 눈에 가륜이 그래도 비쳐 보였다.
"살 만하니, 설움 따위야......"
말로는 못하겠어서 가륜은 눈으로 품었다. 슬픔을 주절댈 만큼 여유롭지 않으니 그는 이미 황무지였다.
'는 어머니를 잃었지만, 내겐 아내였다. 강해져라, 널 다독이지는 않을 테니. 못난 아비라 제 슬픔만 보는 까닭이다.'-4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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