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연민과 온정은 비 온 후 길바닥에 고인 물처럼 얕고 피상적이며, 바람이 불고 햇볕이 비치면 금방 사라지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긴 날 사람 취급조차 하지 않고 있지. 그는 무거운 쇳덩어리는 어떻게 연마하든 끝내 쇳덩어리일 뿐인 것처럼 원한은 그저 원한으로 자신의 마음속에 남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55쪽
우룽은 문가에 서서 황혼에 물들고 있는 화장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선주가 강물에 빠져 죽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전쟁과 굶주림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영혼들이 억울하게 황천길로 떠났다. 그들은 모두 천하의 바보들이었다. 우룽은 자신은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살아있는 것이었으며 둘째, 사람답게 사는 것이었다. 난 바보가 아냐! 그가 마음속으로 외쳤다.-132쪽
"이 집 귀신은 이미 내 손에 잡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산 귀신이라 내 보검으로는 죽일 수가 없습니다." 그는 교활하면서도 신비로워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치윈은 여자처럼 윤기가 흐르는 도사의 붉은 입술을 쳐다보며 그의 말 속에 담긴 의미를 추측했다. "살아있는 귀신이 어디 있다는 거죠?" 도사가 보검으로 마당을 가리키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저기 흔들의자에 누워 있지 않습니까?" 치윈은 쌀집 앞 계단에 서서 잘생긴 도사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어쩌면 그의 말이 진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348쪽
'이 세상에 천하에 몹쓸 잡놈이 태어날 때면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만, 그 천하의 몹쓸 잡놈이 뒤질 때는 하늘이 다시 맑게 개는 법이다.......'-372쪽
"하지만 이 쌀을 빼면 내게 남은 게 무엇이 있느냐?"-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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