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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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을 보고 떠올린 것은 검은색과 빨간색이 섞인 길고 밑단에 풍성한 장식이 달린 치마를 입은 빨간 립스틱의 매혹적인 여인이 추는 춤사위였다. '플라멩코'라는 것은 '플라밍고'의 잘못된 표기인가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플라밍고'는 다리가 길고 주로 빨간 털을 갖고 있는 새를 말하는 것이고 춤사위는 '플라멩코' 란다. 이런, 덕분에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잠을 수 없었다.


춤추는 남자의 이야기에 어떤 드라마가 담겨 있을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10년 된 볼보 굴착기를 팔려는 환갑이 넘은(아니 '칠순에 가까운') 남훈 씨. 자신의 맘에 안 들면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꼭 우리 아빠를 보는 것 같았다. 게다가 가족들과도 살갑지 못하고 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서 툭툭대는 모양새가 어찌 그리 닮았는지.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나오면서 괜히 가까운 사이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분. 큰 꿈을 갖고 있었다. '청년 일지'에 쓴 계획들을 하나하나 실천하는 것. 알고 보니 41살에 술을 마시고 큰일이 날뻔한 뒤에 뭔가를 깨닫고 인생 제2 막을 위한 다짐들을 했다. 이제는 딸이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도 해서 인생 제3 막을 은퇴와 함께 시작한다는데 자기가 쓴 리스트를 보고 부끄러워하고선 어찌 그것들을 이뤄나가는지 궁금했다. 처음 스페인어를 고르는 부분이 참 재미있었다. 엄청 꼼꼼하게 따지고 또 따지다가 마치 한국어처럼 들려서 결정했다는 그 말에 딱 공감했다. 가끔 교육방송에서 하는 스페인어 강좌를 보고 한국말 같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기억하세요.

새로운 언어형식이 새로운 관계를 만듭니다.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일본에 와서 일본어를 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남훈 씨에게 '관계'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소원하던 가족과의 관계? 아니면 굴착기를 통해 알게 된 늙다리 청년과의 관계? 아니면? 뭔가 싶어 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드디어 플라멩코 이야기가 나왔다. 무릎에 물이 차도록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생뚱맞게 또 나의 모습을 보았다. 뭐 하나 하면 무식하게 열심히 해서 중학교 시절 검도를 배우면서 발바닥을 어찌나 바닥에 굴러댔는지 매일 멍이 들어 푸르뎅뎅해져서 다니던 때가 생각났다. 나야 뭐 젊어서 괜찮았지만, 남훈 씨는 결국 운동을 쉬게 된다. 이 무렵이던가?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도망가려던 자신을 다독여 '관계' 회복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 정열이 플라멩코와 스페인 여행이 곁들여져 담담히 그려진다. 그리고 이 와중에 눈치채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에 대해 깨닫기도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청년 일지' 리스트를 실행하며 만난 늙다리 청년&카를로스&플라멩코 강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또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나만의 '청년 일지'에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남훈 씨만큼의 나이가 들었을 때 그처럼 과감히.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인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뜨겁게 노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치는 여러 인연들을 소중히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열정적으로 (나는 그렇게 느꼈다.) 꾸준히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남훈 씨에게 기립 손뼉을 쳐 드리고 싶었다. 브라보!


스페인 광장에서 중절모를 쓰고 맞춤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고 붉은 행커치프를 꽂은 채 플라멩코를 추던 남훈 씨.

정말 최고였어요!

포기하고 싶거든 포기해라. 포기할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그런 건 이미 글러먹은 거야.

내 인생은 내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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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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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을 쓰시는 이금이 작가님의 에세이가 나왔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다. 소설가는 어떤식으로 에세이를 쓸까 궁금했다. 표지에 그려진 이탈리아인듯한 그림은 여행에서 본 풍경을 옮긴 걸까? 직접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그런데 <페르마타> 라는건 뭐람.


친구와 함께 약 한달의 일정으로 떠났다는 이탈리아.

나이를 함께 먹는 40년지기 친구라니!! <친구와 함께> 라는 말 만으로 벌써 부럽고 좋아보였다.


밀라노에서 시작하여 밀라노로 돌아오기까지 한 곳 한 곳 들렀던 곳에서 느끼고 보았던 것을 유쾌하게 풀어놓고 있었다. 여행에 완벽이란 존재할까? 아무리 가기 전에 오래도록 준비를 하고 대비를 해도 막상 현지에 가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마련이다. 그게 여행에 묘미가 아닐까. 저자 역시 여행이 말짱 도루묵이 될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호텔 예약이 잘못 되어 고생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빡센 일정으로 친구와 맞지 않아 티격태격 하며 말 그대로 좌충우돌 여행을 해간다. 시라쿠사를 가고 싶다고 욕심부리다가 돈도 핸드폰 밧데리도 다 떨어진 채로 겨우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장면에선 손에 땀이 쥐어졌다. 친구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는 이야기는 이게 중년의 이야기인지 흩날리는 낙엽만 봐도 웃는다는 10대소녀들의 이야기인지 햇갈렸다.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버무러져있어 웃다가 눈물을 글썽이다가 하면서 읽었다.


읽는동안 나도 함께 이탈리아의 커피를 마시고 젤라또를 먹고 넘치는 유적과 유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페르마타에 대한 에피소드.

어딘지 의심스러웠지만 달랑 혼자 온 저자를 위로해준 듯한 그 현지인 할머니의 이야기.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다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맘에 찡 하게 다가오던지.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었다.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두렵지만 그 덕분에 겁 없이 내디딜 수도 있는 것이리라.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 않은 길' 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


아무리 짙을 지라도 안개는 그 속으로 발길을 내딛는 사람에게 길을 내어준다.

마음속에 '가지 않은 길' 이란 이루고 싶지만 묻어둔 꿈 이 아닐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보이지않아 두렵지만 겁 없이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딛이라고.

그 앞 길이 안개로 뒤덮여 있을지라도 발길을 내딛는 한 길은 열릴 것이라고.


여행기를 읽는데 인생을 헤쳐갈 용기가 퐁퐁 샘솟는 것이 느껴졌다.


보고 있으면서 나도 이탈리에 일주를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완벽한 준비는 집어치우고 싶다. 천천히 즐기며 (과연 엄청난 유적과 유물들 앞에서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지만) 페르마타의 마음으로 쉬다가 오면 좋겠다.


아. 가방을 가볍게! 준비하는 것 잊지 말고!!

페르마타라는 단어에 여행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추어 평소엔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것들을 여유 있게 생각하는 것. 실은 평소 일상에서 누리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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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길 찾기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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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을 읽으면서 미르와 바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 궁금했었는데 바로 여기에 그 둘의 이야기가 모여 있었다. 소희와 헤어질 때 미르와 바우가 눈빛을 주고 받길래 각별한 친구사이가 되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둘은 예상외로 서로 서먹해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된거지!? 바우는 미르가 어린아이처럼 떼를 자꾸 부린다며 속으로 어린 아이취급하고 미르는 꽃과 풀 키우는데 빠져있는 바우를 무시한다.


아이들은 열심히 커가고 있었다.

미르는 어느새 공주님처럼 잘 나가는 소희를 부러워하고 질투와 오기로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다 좌절도 해본다. 하지만 그 사이에 겉으로는 뭐든 좋아보이는 소희에게도 나름의 걱정과 힘듦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바우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계속하기 위해 아빠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있는 선택을 한다. 그리고 속마음을 숨기지 않고 상대에게 전하는데 성공하기도 한다.


얼기설기 얽힌 길들 가운데서 자기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지금 자신의 길을 찾으려고 노력중인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항상 앞으로 시원하게 쭉 뻗은 길만을 걸으면 좋겠지만, 갈림길도 구불구불한 길도 나오는 것이 인생이지만 거기에 숨은 길을 꼭 찾을 수 있을거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했다.


미르와 바우 그리고 소희가 각자의 삶을 소신있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왠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지금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면 될테니까. 그리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포함한 정으로 맺어진 관계나, 사랑, 좋아하는 감정 같은 것들이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는 원동력이 되 줄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소중한 친구(혹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다. 나도 우리 아이들이 숨은 길을 찾을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자가 되 주어야겠다.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남들과 같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주저하며 머물러 있기만 해서는 어떤 길도 찾을 수 없다고. 인생이란 자기 앞에 펼쳐진 길들 중 자신의 길을 찾아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라고・・・・・・.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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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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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하늘 말나리야> 를 읽으며 마지막에 헤어지는 미르, 소희, 바우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 참 궁금했다. 뒷 이야기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었지만, 잘 알지 못했던 탓에 찾아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운 좋게 서평단 모집을 통해 소희와 바우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처음 받아 들고 느낀 것은 <책이 참 이쁘네> 였다. 하지만 표지에 그려진 소희로 보이는 소녀의 표정이 뭔가 어두워보였다. 바우는 소희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모습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하늘 말나리 같다고 했었는데...


소희는 할머니와 함께 살며 철이 빨리 든 애어른에서 15살다운 소녀로 열심히 성장하고 있었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작은 집으로 어느 날 찾아 온 엄마. 재혼을 해서 잘 사는지 어쩌는지 소식도 듣지 못하고 왜 그런지 사진 한장 없어서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 존재였던 엄마가 자기를 데려간다고 하면서부터였다. 처음엔 어딘지 차가운 엄마의 태도를 이해하려 애쓰며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맞추려 노력했다. 그러나 자신을 대하는 엄마의 말투, 행동등에서 거리감을 느끼며 작아진 옷을 억지로 몸을 구겨 넣듯 행동하는 스스로가 점점 답답해진다. 마음 속의 고민으로 새 학교의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거듭하게 되는 그녀에게 위안을 준 것은 다름아닌 <디졸브>의 존재였다. 인터넷 세계에서 서로 얼굴을 모르는 익명의 관계로부터 오는 편안함이 그녀에게 진실을 말하게 한다. 그리고 <리나>와의 만남을 통해 소희는 애어른의 껍데기를 벗고 아이다운 15살로 돌아가게 된다.


뭐든지 잘 하고, 의젓하고, 생각이 깊은 소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잘 헤쳐나갈 줄 알았다. 어른이 보기에 <착하고 기특한 아이> 였으니까 지금처럼 잘 해낼 줄 알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소희는 <15살 아이> 라는 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아직 어리광도 부리고 별 것 아닌 것을 트집 잡으면서 화도 내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도 배꼽을 잡고 웃는 나이인데 말이다. 애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아이가 어른이 된 건 아니다. 그러니 당연히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에 속상하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기도 하고 한참만에 만난 엄마가 날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는거다. 그게 당연한거다.


쌓고 또 쌓다가 결국엔 터져서 엄마에게 화내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모르게 속으로 "더 뱉어내! 더 뱉어내!" 를 외치며 응원했다. 엄마의 울분 섞인 고백에는 왜 빨리 말을 안해줬냐고 역정이 나기도 했다. 속 시원하고 뒤끝 없을 것 같은 채경과 리나를 보면서는 우리 아이에게도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형제들끼리 저런 사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랬다. 왠지 끌리는 의외의 매너남 재서를 보면서 어깨를 토닥토닥해주고 싶었다. 새 아빠는 한대 쳐 주고 싶었지만...


스스로의 틀을 깬 소희가 엄마와 함께 하는 새 가족과 새 친구들 속에서 아이답게 성장하기 위한 한 발을 내 디디는 모습을 보며 잘 하고 있다고 꼭 안아주고 싶었다. 앞으로는 하늘 말나리야처럼 하늘을 보며 씩씩하게 커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화이팅!!


"해당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습니다"

산다는 일의 진정한 의미는 여름날의 무성함과 찬란함이 아니라 겨울날의 초라함과 힘겨움에 담겨 있는 건지도 모른다.
달밭마을의 느티나무처럼 밧줄에 가지를 의지한 채 눈 바람을 맞는 일이, 그것을 견디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에도 삶은 그럴 테지. 그걸 알기에 나는 앞으로 이 일기장에 담기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물론 힘들고 괴롭고 아픈 일까지도 모두 다 사랑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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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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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있는 별, 천문학이라는 단어 그 자체로 너무 끌렸다. 어릴 때 쏟아질 듯 반짝이는 밤 하늘을 본 적이 있었다. 별똥별이 수 없이 쏟아지고 은하수가 흐르던 그 날의 하늘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별에 관한 일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별 사진이 잔뜩 있는 책을 용돈 모아 사보곤 닳아 없어질라 비닐로 싸놓고 아껴서 보고 또 봤었는데...


그런데 별을 보지 않는다니? 내 머릿속 천문학자는 흰 가운을 입고 커다란 천문대의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는 이미지인데 말이다. 호기심과 부러움, 동경을 담아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살짝 곁들이더니 천문학이란 무엇인지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지에 대한 것 까지 아주 자연스럽게 펼쳐놓았다. 그녀는 말한다. 우주를 사랑해달라고. 꼭 천문학자가 아니어도 우주를 사랑하고 나아가 우주탐사에 세금을 써도 그것을 허락하고 지지하고 지켜봐달라고 이야기한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_우주를 사랑하는 만 가지 방법 中


별을 사랑하고 우주를 동경하던 마음이 다시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책방에 가서 빨간 테두리가 쳐진 뉴턴을 사서 읽으며 똥폼 잡았던 그 때.

행성사진이 잔뜩 나온 책을 보고 또 보며 우주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던 그 때.

<아폴로 13호> 라는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서 보고 비디오 테이프를 사서 소장했던 그 때.

당시 영화에서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려 달을 가리고 한쪽 눈으로 들여다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달이 뜨는 밤이면 나도 그렇게 달을 올려다보곤 했었다. 그게 왜 그리도 멋있어 보이던지.

그러고보니 천문학자가 되고 싶다고 배게만한 물리학 책을 사서 들여다보던 때도 있었다.

지금도 우리집 어딘가에 내가 사 놓은 행성사진 책과 배게만한 물리학책이 잠자고 있을테지. 대학에 가면서 학과를 정해야할 때가 되었을 때 나는 천문학자가 된다고 했다가 생각보다 큰 반대의 벽에 부딪혔다. 그래서 우주비행사가 된다고도 해보고 로케트를 만든다고도 해봤는데 반대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결국 다른 길을 택했었다. 때문에 우주를 향한 동경을 머릿속 저편으로 꾹꾹 밀어 넣고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주를 사랑하는데 수만 가지 방법이 있다고 소근소근 속삭이는 속삭임을 듣고 있자니 어릴 적 그 마음에 다시 불이 붙는 것 같았다.


그래. 난 별과 우주가 좋았었다. 아니 지금도 좋다. 가끔 유성운 어쩌고 하면 새벽에 밤하늘을 목이 부러져라 뒤로 재끼고 눈 깜빡이는 것도 아까워하면서 뚫어져라 쳐다보곤 하고, 아이들과 별자리를 찾아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달 탐사를 하려한다는 사실이 적혀 있었는데, 정말 너무 반가운 소리였다. 차근차근 계획하고 준비되어서 자국의 탐사 결과를 전 세계와 나눌 수 있었음 좋겠다. 나는 언제든 힘을 보탤 준비가 되어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이다.


천문학자가 별을 왜 안보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우주를 동경하는 마음을 다시금 깨달으며 책을 덮었다. 집에 있는 행성사진 책을 다시 가져오고 싶어졌다. 이제 나는 우주 사랑과 우주 탐사에 힘을 보낼 한 사람이 된건가?


밤하늘의 별이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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