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지금 일본에 와서 일본어를 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는 그 순간부터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남훈 씨에게 '관계'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소원하던 가족과의 관계? 아니면 굴착기를 통해 알게 된 늙다리 청년과의 관계? 아니면? 뭔가 싶어 하며 책장을 넘기는데 드디어 플라멩코 이야기가 나왔다. 무릎에 물이 차도록 열심히 하는 모습에서 생뚱맞게 또 나의 모습을 보았다. 뭐 하나 하면 무식하게 열심히 해서 중학교 시절 검도를 배우면서 발바닥을 어찌나 바닥에 굴러댔는지 매일 멍이 들어 푸르뎅뎅해져서 다니던 때가 생각났다. 나야 뭐 젊어서 괜찮았지만, 남훈 씨는 결국 운동을 쉬게 된다. 이 무렵이던가? 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심각성을 깨닫게 되고 도망가려던 자신을 다독여 '관계' 회복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가는 과정이 정열이 플라멩코와 스페인 여행이 곁들여져 담담히 그려진다. 그리고 이 와중에 눈치채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에 대해 깨닫기도 하고, 가족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고, '청년 일지' 리스트를 실행하며 만난 늙다리 청년&카를로스&플라멩코 강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며 또 새로운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나만의 '청년 일지'에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남훈 씨만큼의 나이가 들었을 때 그처럼 과감히. 어찌 보면 허황된 꿈인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뜨겁게 노력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거치는 여러 인연들을 소중히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열정적으로 (나는 그렇게 느꼈다.) 꾸준히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남훈 씨에게 기립 손뼉을 쳐 드리고 싶었다. 브라보!
스페인 광장에서 중절모를 쓰고 맞춤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고 붉은 행커치프를 꽂은 채 플라멩코를 추던 남훈 씨.
정말 최고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