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만든 매우 고효율의 장치다. 철학과 비슷한 높이에 수학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철학을 추상적인 체계로서의 이론으로만 간주해왔다. 철학을 생산한 것이 아니라 수입하였기 때문이다.
철학이 생산되는 순간은 육체적이고 역사적이다. 거기에는 피 냄새, 땀 냄새, 아귀다툼의 찢어지는 음성들, 긴박한 포옹들, 망연자실한 눈빛들, 바람 소리, 대포 소리가 다 들어 있다. 망연자실한 눈빛들 속에서, 쓸쓸하지만 강인한 눈빛을 운명처럼 타고난 사람이 역사를 책임지려 앞으로 튀어나가며 인간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높은 단계의 시선을 화살처럼 쓸 때 철학 이론이 태어난다. 이처럼 철학 생산 과정에는 역사에 대한 치열한 책임성과 헌신이 들어 있다. 우리가 배우는 플라톤, 데카르트, 칼 마르크스, 니체, 공자, 노자, 고봉高捧 기대승奇大升,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다 이러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